[천지일보 화순=이진욱 기자] “오매, 아줌마! 오늘이 설 대목장인디, 요만큼이나 많이 드렸는디 더 주라믄 쓴다요.”
민족 대명절인 설을 나흘 앞둔 3일 오후 전남 화순군 전통시장. 김필순(71, 전남 화순군 이양면) 할머니가 손님들에게 둘러싸여 콩나물을 담으며 구수한 사투리로 한 손님과 흥정한다.
아침 기온 영하 10도를 기록하던 추위가 다소 누그러지고, 이날 5일장이 열리면서 시장은 명절을 준비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손님의 더 달라는 성화에 다소 지친 듯한 말투지만 얼굴엔 미소를 머금은 김 할머니 앞에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오늘은 설 대목이라 바쁘니까, 기자 아가씨 미안한디 나한티 말은 시키지 말고 사진은 찍고 싶으면 알아서 찍으시오.”
눈만 살짝 마주치고는 이내 빠른 손으로 덥석 콩나물을 한가득 검정봉지에 담기 시작한다.
근처에서 동태를 손질하던 정필남(가명, 50, 전남 화순군 화순읍)씨는 “많이 파셨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침 9시부터 왔는데 지금까지는 본전치기고, 이제부터 진짜 돈 벌기 시작한다”고 답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동태 600여 마리를 팔았다고 했다.
허기진 배를 채워 줄 전통시장의 ‘별미’ 칼국수 집에도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손님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인기메뉴인 칼국수와 팥죽을 시켜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는 “10만원으로는 설 장 보던 이야기는 옛날 말이지 요즘엔 적어도 20만원어치는 봐야 제사상이라도 차린다”며 “과일, 전, 곶감 등 샀는데 대목이라 다 비싸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그래도 마트보다는 여기가 가격이나 질이 훨씬 좋아 먼 거리지만 시장까지 왔다”면서 “시장에서 구입한 재료로 음식을 해야 집밥 맛이 더 잘 난다”고 말했다.
설을 앞둔 시골 전통시장은 오랜만에 활기를 띠며 물건을 사는 사람 얼굴과 파는 사람 얼굴들엔 명절을 기다리는 설렘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