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후 민족 대명절인 설을 나흘 앞두고 전남 화순전통시장에서 김필순(71, 전남 화순군 이양면) 할머니가 손님들에게 둘러싸여 콩나물을 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 화순=이진욱 기자] “오매, 아줌마! 오늘이 설 대목장인디, 요만큼이나 많이 드렸는디 더 주라믄 쓴다요.”

민족 대명절인 설을 나흘 앞둔 3일 오후 전남 화순군 전통시장. 김필순(71, 전남 화순군 이양면) 할머니가 손님들에게 둘러싸여 콩나물을 담으며 구수한 사투리로 한 손님과 흥정한다.

아침 기온 영하 10도를 기록하던 추위가 다소 누그러지고, 이날 5일장이 열리면서 시장은 명절을 준비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손님의 더 달라는 성화에 다소 지친 듯한 말투지만 얼굴엔 미소를 머금은 김 할머니 앞에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오늘은 설 대목이라 바쁘니까, 기자 아가씨 미안한디 나한티 말은 시키지 말고 사진은 찍고 싶으면 알아서 찍으시오.”

눈만 살짝 마주치고는 이내 빠른 손으로 덥석 콩나물을 한가득 검정봉지에 담기 시작한다.

▲ 3일 오후 화순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동태를 손질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근처에서 동태를 손질하던 정필남(가명, 50, 전남 화순군 화순읍)씨는 “많이 파셨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침 9시부터 왔는데 지금까지는 본전치기고, 이제부터 진짜 돈 벌기 시작한다”고 답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동태 600여 마리를 팔았다고 했다.

허기진 배를 채워 줄 전통시장의 ‘별미’ 칼국수 집에도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손님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인기메뉴인 칼국수와 팥죽을 시켜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는 “10만원으로는 설 장 보던 이야기는 옛날 말이지 요즘엔 적어도 20만원어치는 봐야 제사상이라도 차린다”며 “과일, 전, 곶감 등 샀는데 대목이라 다 비싸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그래도 마트보다는 여기가 가격이나 질이 훨씬 좋아 먼 거리지만 시장까지 왔다”면서 “시장에서 구입한 재료로 음식을 해야 집밥 맛이 더 잘 난다”고 말했다.

설을 앞둔 시골 전통시장은 오랜만에 활기를 띠며 물건을 사는 사람 얼굴과 파는 사람 얼굴들엔 명절을 기다리는 설렘이 가득했다.

▲ 3일 오후 전남 화순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난 주민들이 시장 내 칼국수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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