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한국외대중국연구소연구위원, 전 평택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얼마 전 북경대에 친구로 있는 교수와 한국과 중국경제에 대해 얘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북경대 대학원에서 동문수학한 친구이다. 이 친구는 북경대 국제정치학과에 재직하는 교수들 중 몇 안 되는 경제학 전공 교수다. 우리 같으면 정치학과에 경제학자가 교수로 있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우리와 다른 중국 대학의 또 다른 모습 중에 하나이다. 어떤 분야는 우리보다 상당히 유연한 부문들이 적지 않다. 폭넓게 학제간 연구(學際間硏究: Interdisciplinarity)를 장려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 친구와 나눈 대화중에 나는 “네가 볼 때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어디에 있는지 한번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해보라”고 권해봤다. 아울러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이후 미국경제의 쇠퇴와 더불어 미국달러의 신인도는 점차 떨어지고 있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우리가 죽기 전에 중국의 위앤화가 아마 달러를 대신할 기축 통화가 될 것 같다’라고 예측하고 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한편으로 중국이 점점 부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며, 중국에 대해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중국을 띄워 주면서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이 친구는 한국은 자기가 볼 때 제조업이 경쟁력이 있다고 말하지만 핵심기술이 전 분야에 걸쳐 부족하다, 이는 솔직히 우리와 같은 중국과 인도의 추격을 근시일 내에 받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는 핵심기술 개발과 확보에 매진해야만 한다’는 요지의 말을 진지하게 해 주었다. 고마운 얘기였다. 그러면서도 겸손을 떨고 만족의 표정을 보이면서 위앤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을 극구 부인했다. 이는 한마디로 서방의 음모가 개입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전 지구적으로 다극화되는 이 시점에 중국을 국제무대에서 앞세워 국제문제에 있어 더 큰 부담을 지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에 국제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사회주의 해체 시 소련의 몰락과 달리, 그리고 중국식 경제발전 방식인 중국식 발전모델이라고 칭찬하는 ‘베이징 컨센서스’와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병렬 시키는 주요 2개국(G2) 개념에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 주었다. 중국은 아직까지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서방 선진국보다 저 멀리 뒤처져 있고 국내총생산(GDP)이나 국내총소득(GNI)에서 미국과 비교할 수 없다, 이는 중국에게 국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떠맡기려는 서방제국의 의도들이 기저에 담겨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화폐 위앤화 절상을 계속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한국과 일본에게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을 유도하려고 하는 속내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 학자의 말이지만 중국의 대외발표 문건이나 그들의 대외정책에 축을 형성하고 있는 요수오주오웨이(有所作爲)와 타오광양후이(韜光養晦)가 적절히 등가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요수오주오웨이는 할 일은 당당하게 하겠다는 것이며, 타오광양후이는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칼날의 빛을 칼집에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최근 타이완에 미국이 64억 달러 규모의 무기판매에 대항해서 미국과 전면적으로 군사교류를 중단시키는 행동들은 국가이익을 위해서 이제는 당당히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G2로 불리는 것은 떼밀려서 불리는 것이다. 우리가 G2라고 말한 적이 없고, 경제적 규모나 국제적 기여도를 놓고 봐도 중국화폐의 기축통화는 요연한 것이며 중국은 더더욱 외유내강에 치중한다는 입장이다. 때가 다 될 때까지 중국의 속내를 절대 보이지 않고 국가의 부강에 아직은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당할 때는 당연히 당당하게 할 것이며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아직은 중국의 속내를 낼 수 있는 때가 되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스스로가 우쭐해져서도 안 되며 무엇보다도 지금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민(民)이나 관(官)에서 누구의 조종도 없이 일치된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주제를 아는 중국, 현실을 직시하는 중국, 이것이 2010년 중국의 목소리도 크게, 실상도 크게 보이는 중국을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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