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가 피해 할머니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천주교주교회의 반대 입장 표명
개신교, 진보·보수로 나뉘어 이견
불교계 조계종 침묵에 이목 집중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최근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놓고 이견이 팽팽한 가운데 종교계에서도 찬반 반응이 갈리고 있다.

천주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김희중)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위원장 유흥식)가 종단 차원에서 반대 입장을 나타냈고, 개신교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보개신교 단체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를 비롯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 총회장 최부옥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예장통합, 총회장 채영남 목사)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반면 보수개신교 단체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조일래 목사)은 합의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평가와 정부를 지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몇몇 단체들이 역시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각 종단을 대표하는 3대 종단(개신교·천주교·불교) 단체 중 대한불교조계종만이 유일하게 침묵 중에 있다.

◆천주교 “진정한 회개 없인 안 돼”

그간 사회이슈에 비교적 말을 아꼈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지난해 11월 국사교과서의 국정화 추진 문제에 대해 강하게 반대의 입장을 나타낸 데 이어 이번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서도 종단 차원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입장문을 내고 “인권을 경제와 외교 논리로 환치한 결과물”이라고 역설적으로 비판했다. 정평위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과가 언급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국가의 책임을 명시한 사과가 아니며 법적 책임을 회피했기에, 진정한 회개와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한일 양국의 의회 차원에서 추진된 결의문 채택과 관련법 통과가 아닌, 외교기관의 합의문 형태로 소통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는 점에서 합의문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평위는 “정의를 향한 외침과 인권 보호는 교회의 기본 임무”라며 “가장 명백한 인권 침해의 사례인 종군위안부 문제를 피해자인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고민하고 재조명하는 방향에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평화는 정의 구현을 통한 결과물로 우리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진정한 평화와 정의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며 이번에 발표된 ‘한일 위안부 합의문’에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또 정평위는 “정치와 외교는 근본적으로 불신과 증오의 장벽을 허물고 화해와 연대의 문화를 증진시킴으로써 평화를 이루고자 노력해야 한다”며 이는 일본이 과거 저지른 범죄에 대한 인정과 진정한 회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NCCK 등 “법적 책임 필요”

개신교에서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가 성명을 내고 “위안부 문제 법적 책임 배제된 합의는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일본에 대한 굴욕적인 외교를 그치고 위안부 할머니의 명예회복을 위한 외교를 수행하라”고 재촉했다. 아울러 일본에 대해서는 “위안부 문제의 가해국임을 자인하고 법적 책임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했다.

다소 보수적으로 평가받아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예장통합)가 이례적으로 반대 입장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예장통합은 총회 인권위원회(위원장 김성규 목사)가 성명서를 발표해 “피해 당사자들의 참여와 그들의 정의를 구현하지 못했다”면서 “일본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법적 책임을 규명하지 못한 외교적 담합”이라고 규탄했다.

◆한기총·한교연, 긍정적 결과로 평가

반면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은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타결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번 합의가 양국이 상생과 도약의 미래 50년을 만들어 나가는 기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어 한기총은 “세부적 내용에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동안 답보 상태를 거듭해 온 위안부 문제를 풀어갈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결과”라며 정부를 지지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역시 “그간 아베 정권이 보여준 태도에 견줘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한일 양국이 불행했던 과거사를 매듭짓고 미래로 나가길 바란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다만 한교연은 “아무리 일본정부 차원의 사과 표명이 있었다 하더라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지 않는 한 합의문서는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로 당부했다.

불교계에서는 대한불교청년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등의 불교단체들이 합의에 비판하며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침묵하고 있어 어떤 입장을 밝힐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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