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국민이 수도 테헤란에서 4일(현지시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거대한 사진 앞을 지나고 있다. 지난 2일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가 저명한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처형해 이란 등 시아파 국가의 분노를 샀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또한 사우디를 맹비난했다. (사진출처: 뉴시스)

1400년 이어온 반목… 또 다시 절교
‘종교 갈등’이라지만 사실은 ‘권력 다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중동 이슬람 수니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 맞불 격으로 부딪히며 격화일로를 걷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사우디가 처형한 시아파 성직자 님르 알 님르(56)의 고향에서 경찰을 겨냥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날에는 이란 테헤란 주재 사우디대사관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 사우디 측은 즉각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등을 돌렸고, 자국 주재 이란 외교관에게 48시간 이내 본국으로 떠나라고 통보했다.

사태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장본인은 사우디다. 사우디는 지난 2일 시아파 지도자와 테러혐의로 사형이 선고된 알카에다 조직원 등 47명을 집단 처형해, 중동 시아파의 분노를 샀다.

이에 따라 중동 국가들은 현재 두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왕정인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이집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은 사우디를 지지하고 있으며 이라크, 파키스판, 바레인 등 시아파 국가들은 사우디를 맹비난하고 있다.

AP BBC NYT 등 외신들은 이번 마찰로 이슬람교 수니파와 시아파가 1400년 동안이나 갈등을 겪고 있다며 집중 보도했다.

수니파와 시아파는 왜 이렇듯 오랜 기간 앙숙으로 지낼 수밖에 없었을까.

◆이슬람교 분열 원인, 종교 아닌 ‘권력’

갈등의 기원은 7세기 아라비아 반도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가 610년 이슬람교를 창시한 후 22년 후인 632년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사망하면서 종단 내 분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분열의 원인은 종교적인 교리가 아니었다. 종교와는 상관없는 후계자를 둘러싼 알력 다툼이었다.

지도층을 중심으로 무함마드의 유일한 혈통인 조카 ‘알리’를 후계자로 추대해야 한다는 측이 나타났다. 이와는 달리 장로 중 덕망이 있는 자로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초기에는 원로회의의 결정에 따라 칼리프를 선출하게 됐고, ‘정통 칼리프 시대’를 이어간 4명의 칼리프(아부바르크, 우마르, 오스만, 알리)가 탄생했다.

본격적으로 수니파와 시아파가 갈라지게 된 사건은 4대 칼리프인 알리가 661년 암살을 당하면서다. 또 그의 혈통 후세인이 680년 이라크 카르빌라 전투에서 사망하면서 양 측은 철천지원수가 됐다. 이처럼 수니파와 시아파는 권력 다툼으로 분열된 후에서야 종교적 교리와 예식, 법률, 신학, 종교기관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뉴욕타임즈는 “후세인의 죽음이 수니파와 시아파의 영구적 갈등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 ‘이맘’에 대한 전혀 다른 시각

수니파와 시아파가 후계자를 놓고 입장을 달리한 이유는 사실 이슬람 경전 코란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를 놓고 두 파의 접근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시아파는 무함마드가 완전무결하다고 믿으면서도 그의 혈통인 알리도 특별함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시아파가 혈통을 중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아파는 신에 의해 혈통이 선택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최고 지도자인 이맘은 나면서부터 죄가 없다고 믿었으며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능력을 가져 절대적으로 완벽하다고 신봉했다. 무함마드의 특별함을 그 혈통으로 이어지는 후손이 이어간다는 믿음이다.

반면 수니파는 최고 성직자인 이맘이 무슬림 원로회의의 선택이나 칼리프의 지명으로 결정될 수 있다고 봤다. 이들에게 칼리프는 인간에 불과하며 일반인보다 더 뛰어난 정도였다. 이들은 칼리프도 죄를 지을 수 있다고 봤으며 권위에 대한 복종을 통해 이슬람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사우디의 알 님르 처형은 지도자에 대한 존재감이 절대적인 시아파에게는 더욱 더 큰 분노를 불러 일으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 때문에 시아파의 반발과 시위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이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가 유가하락과 재정난 등으로 불거진 자국 내 ‘위기설’을 잠재우고, 알 님르 등이 이끈 반정부·민주화 바람을 막기 위해 주변국과의 외교적인 관계를 포기하고 이 같은 강수를 둔 게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사우디에서 소수파인 시아파를 이끌면서 수니파와 평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알 님르가 사우디 정부로서는 가시와도 같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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