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서도 급성장 중인 산업 분야가 있다. 바로 헬스케어(health care) 시장이다. 헬스케어란 기존의 치료 부문 의료서비스에다 질병예방과 건강관리 개념을 합친 전반적인 의료와 건강관리 산업을 말한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규모는 자동차와 IT 시장을 합한 것보다 더 방대하다. 보건복지부 추산에 따르면 한 해 시장 규모가 10조 달러, 1경(京)원이 넘는다. 고령화 추세를 비롯해 IT 기술의 발전,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 증가,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의 의료가치관 변화 등으로 세계 헬스케어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은 규제를 풀고 시장 키우기에 적극적이다. 원격진료 규제를 풀었더니 1400여명 의사가 원격진료를 담당하는 회사가 나왔고, 7400만명이 혜택을 본 새 시장이 만들어졌다. 애플 앱스토어의 건강관리 앱만 16만 5000여개, 실리콘밸리 창업 자금 중 60%가 디지털 헬스 분야로 쏠린다. 미국 FDA는 헬스케어 기기를 위험이 없고 건강증진 목적이 있는 경우 ‘웰니스’ 기기로 취급하기로 했다. 당뇨병 환자에게 체중 감량을 도와주는 제품 같은 것은 의료기기로 규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고령화에 들어간 유럽도 이미 바이오 강국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매년 바이오 기업에 보조금까지 주고,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몰려 있어 연구개발 환경도 아주 좋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의료 허브 전략으로 경제성장률을 견인하고 있다. 일본,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국제의료사업을 미래성장 동력산업으로 규정하고 정부주도로 공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5월 ‘건강의료전략추진법’을 제정해 해외의료산업을 적극 촉진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가 앞장서서 지원하고 있다. 중국도 헬스케어 기기 분야에서 미국과 비슷한 반열에 올랐다. 2015 런던 ‘싱커스50’ 행사에서 세계 경영 석학들은 “한국은 이미 중국에 뒤떨어졌고, 새 경쟁 상대는 인도가 될 것”이라고 하고 있다.우리 정부도 향후 3년간 바이오헬스 미래핵심사업에 800억원을 지원하는 등 헬스케어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의료기관, 제약·의료기기 등 관련 업계도 국경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그 영역 확장을 노력하고 있다. 삼성도 세계최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등 반도체를 넘는 미래 신사업으로 선정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의사 출신에 국제특허까지 보유하고도 기업하기 어렵다고 한다. 해법을 찾기보다 전문가 집단과 업계, 정부와 국회 모두 이해관계로 싸움만 한다. 유·무선 통신을 통해 의료행위를 하는 ICT와 의료산업의 융합인 원격의료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영리 의료법인 허용도 논란만 진행 중이다. 한국의 헬스케어 기기 분야도 규제로 산업발전에 선제적인 대응이 어렵다. 지난해 3월 갤럭시S5 출시 때 운동 및 레저용 심·맥박수계가 의료기기 여부로 어려움을 겪었다.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고 미래를 우리 편으로 만들 수도 있다. 최고 수재(秀才)들이 의대, 약대를 입학해서 우수한 의료 인력이 배출되고 있고 지난 5년간 한국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술과 산업 인프라,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 등 양질의 보건의료분야 빅데이터 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전문가와 당국자, 국회와 업계가 가슴을 열고, 머리를 맞대고 집단 이기주의를 탈피, 해법을 도출할 수만 있다면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미래의 희망 산업이다. 1경(京)원의 세계 헬스케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단 1.5%에 불과하다. 10%로 늘릴 수 있다면 제2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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