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수 목사는 “KCRP 공동회장단 전체 명의로 의견서를 발송한 것은 개인에 대해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7개 종단 지도자
‘종교 간 소통 위해 지혜로운 결정 호소’

종교화합과 사회통합을 위한 7개 종단 연합기구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최근 강남대학교에 이찬수(48, 목사) 전 강남대 교수의 복직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보냈다.

KCRP 공동회장단 전체 명의로 개인에 대해 이와 같은 형식의 의견서를 낸 것은 사상 처음으로 이 전 교수의 복직 문제에 종교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목사는 2006년 기독교 정신이라는 창학 이념에 부적합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강남대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학교 측은 2003년 10월 종교 간 화해․관용 등을 주제로 한 EBS TV ‘똘레랑스’에 이 목사가 출연, 이웃종교 간 관용의 표현으로 한 사찰의 불상에 절한 것을 재임용 탈락의 근거로 내세웠다.

당시 이 목사의 해직 사건은 종교계는 물론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며, 이 목사의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 등이 열리면서 세간을 주목을 받았다. 학생들은 물론 인권실천시민연대·종교자유정책연구원 등 35개 사회·종교단체들은 ‘강남대 이찬수 교수 부당해직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해직의 부당함을 알렸다.

사건이 확대되자 강남대 측은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했지만 결과는 학교 측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쪽이었다.

이후 강남대는 대법원까지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2008년 10월 이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같은 법적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학교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KCRP는 강남대 윤성민 이사장, 윤신일 총장에게 보낸 ‘종교화합과 사회통합을 위해 강남대학교에 드리는 종교계 의견’에서 “한국 사회 7대 종교를 대표하는 우리 종교지도자들은 한국사회와 강남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이찬수 목사의 복직을 위한 용기 있는 대승적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염원한다”며 “한국 사회는 인류역사상 다양한 종교문화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세계 유례없는 모범적인 사회로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도 종교 간 대화와 협력 운동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시대 종교 대화와 협력은 최고의 덕목이 되어가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는 다문화 지구촌 시대에 세계평화와 인류공동체가 나아갈 비전을 우리 한국 사회가 보여주고 있다는 증거이며, 한국 종교계는 지속적으로 이러한 세계사적 흐름을 선도하고자한다”면서 “강남대학교 또한 종교적 건학이념을 토대로 이러한 흐름을 주도할 대학이라 믿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강남대학교 이찬수 목사님과 관련한 세간의 소식은 우리 종교계에 적잖은 충격과 우려를 줬고, 우리는 이 사건을 오랫동안 조심스레 지켜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화합과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때를 맞이해 우리 종교지도자들은 이찬수 목사의 문제가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와 안목으로 원만히 처리되기를 요청한다”며 “우리 종교계가 종교 협력을 통해 평화를 구현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강남대학교가 이찬수 목사의 복직을 추진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김남석 KCRP 사무총장은 27일 “종단 지도자들의 의견을 모아 지난 13일 강남대에 의견서를 보냈다”며 “원만히 해결될 것을 기대하면서, 앞으로도 이 목사의 복직이 이뤄지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의견서는 최근덕 KCRP 대표회장(유교 성균관관장)과 공동회장인 권오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자승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김희중 천주교 주교회의 대주교, 김주원 원불교 교정원장, 김동환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명의로 보냈다.

이 소식을 들은 이 목사는 “KCRP가 나서서 복직을 추진하는 의견서를 보낸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또한 아직 제 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활동하고 있어서 이번 일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일이 잘 추진되지 않더라도 이번 일이 종교 간 화합과 대화,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현재 경기 퇴촌의 길벗예수교회에서 사목하며 성공회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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