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공직자들의 종교차별 예방을 위해 ‘국내외 종교차별 사례집’과 ‘종교차별 예방교육 교재’를 발간해 각급기관에 배포했다. 이 작은 나라에 종교차별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조치다. 다종교사회에서 종교차별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잘 지적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며, 그 잘못의 출발이 국가 헌법과 질서를 시행하는 국가로부터였음을 짐작케 하는 고해성사(告解聖事)였다. 아무튼 과거에 잘못이 있었다 하더라도 반성하고 고쳐 나간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종교차별의 이면에는 모든 종교, 나아가 각 종단과 종파에 대한 사실과 다른 오해가 문제의 발단이 된다고 보며, 그 오해는 종교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타 종단과 종파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갖도록 유도해 왔다는 사실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왜 그릇된 생각 즉, 타 종파에 대해 편견을 유도해 왔을까. 그것은 종교(宗敎)의 본질적 뜻도 모르고 종교의 길을 가기 때문이며, 그 결과 형성된 기득권 즉, 권세와 권력과 명예와 부의 욕심에 한없이 이끌리어 나타난 산물이 됐다. 또 거기에 편승한 사람들은 그것을 좋게 여기니 그들은 하나의 거대한 사치(奢侈)의 세력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진리’라는 본질과는 아무 상관없이 ‘나는 진리 너는 비진리’ 즉, ‘나와 같으면 맞고 나와 다르면 틀리다’는 이상한 가치관을 형성해 종교세상의 혼돈과 혼란을 초래해 왔던 것이다. 종교의 거룩한 이름은 있으나 사실은 어둠의 주관자들이 되고 만 셈이다. 그래서 어느 예언가가 말했던가. 오늘날과 같이 종교의 말세가 되면 모두가 종귀자(從鬼者)가 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분명히 밝혀 둘 것은 모든 종단과 종파가 양심적 종교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종교라는 이름을 앞세운, 그야말로 있어선 안 될 부류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종단 안에서도 자신들의 비종교적 허물이 드러날까 남의 종교를 매도하고 대적하고 핍박해선 안 될 것이다. 그와 같은 행위는 자신들의 비종교적 이념으로 인한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며, 결국 세상의 권력에 빌붙어 엉터리 자기 권력과 세력의 정당성을 연명 내지 보장받으려는 유치한 자구책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이젠 종교는 있는 듯해 보이나 종교인은 없다. 모든 종교인은 자기가 믿는 종교의 말 즉, 교리를 따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석가를 믿는다며 석가가 한 말은 믿지 않으며, 예수를 믿는다며 예수가 한 말은 믿지 않는 참으로 이상한 신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형식적 신앙, 액세서리 신앙이 되었으니 하나같이 종교인이 아닌 종교의 사치의 세력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어느 종교든 추구하는 목적은 구원이라는 한 뜻을 담고 있으나 단지 표현만 다를 뿐임을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 내가 믿는 종교를 진정 깨달았다면 남의 신앙을 폄하하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믿는 것만 옳다는 사상은 결국 내 종교에 대한 무지함을 스스로 고백하고 증명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젠 참 종교 온전한 종교와 종교인이 나타나 부패와 타락으로 얼룩진 이 신앙세계의 끝을 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모든 경서에 약속된 종교의 종말에 나타날 징조가 아니었던가. 곧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참된 의미다. 또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기후·지각 등을 포함한 모든 만물까지도 정도(正道)의 종교와 종교인들이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심지어 탄식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 시대가 우리에게 종교와 사회를 냉철하게 진단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종교인이 결국 사회를 구성하고 사회를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치 그리고 사회의 현실을 보면 알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다면 종교의 근본 된 이념이 아닌, 각기 종단과 종파의 정도(正道)가 아닌 자기 신념(信念)으로 철저히 무장되어 있다면, 이 국가와 사회는 결코 하나 될 수 없으며 밝은 미래는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한 공직자 종교차별 예방을 위한 교재와 사례집을 발간해 행정기관, 지자체, 학교 등에 배포해 업무에 활용토록 지시한 것은 고무적인 행정지침으로 평가받아 마땅할 것이다. 또한 다종교사회에서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 소양과 규범적 내용 그리고 교육 매뉴얼을 포함시켜 실질적 교육으로 전개되길 기대해 본다.

종교의 문제가 단순히 종교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요 결국 우리가 숨 쉬고 보고 느끼고 만지고 있는 이 지구촌을 포함 우주 만물의 문제임을 자각하고, 대승적 사고와 함께 종교의 새 시대를 위해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로 종교의 차원을 결단하는 계기가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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