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청구권협정 판결… 한일관계 격랑 ⓒ천지일보(뉴스천지)DB

헌법재판소, 오늘 선고
위헌여부 50년만에 가려
위헌 시 협정조항 무효
일본에 재협상 나서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보상 문제와 직결된 한일청구권협정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임박하면서 촉각이 쏠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오후 한일청구권협정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 결과를 선고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은 물론 한일 외교 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인 이윤재씨가 지난 2009년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이 사건은 지금까지 6년 동안 헌재에 계류된 최장기 미제 사건이었다.

1965년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합의한 한일청구권협정 2조 1항엔 우리 국민의 대일본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이씨는 이 조항이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경우 협정조항은 무효가 되고 정부는 일본 정부와의 재협상 등 외교적 조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의 재협상 요구에 일본 정부가 응할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 정부에 대한 개인 청구권이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한국 사이의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면서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입장은 헌재 판결 이후에도 바뀔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독도 영유권이나 위안부 문제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양국관계가 또 다시 출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헌재 판결을 근거로 일본 정부나 기업에 대한 개인 소송이 증가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일 간 재협상 없이는 일본 내 법원에선 과거 판결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법원은 그간 강제징용 유족 단체 등이 일본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에서 매번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일본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달리 국내 대법원은 지난 2012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선고한 바 있다. 국내 법원에서 피해 배상 판결이 잇따를 경우 일본 기업의 국내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한일 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헌재는 이날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미수금·위로금 지급 등의 조항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도 함께 판결한다. 이 조항도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정부는 징용 피해자에 대한 추가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헌재는 2011년 8월에도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청구권에 대한 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한 바 있다.

유족 측은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강제동원 희생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피해자를 대신해 일본 정부로부터 자금을 받았기 때문에 보상법 제정을 통해 피해자와 유족에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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