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청춘 열여덟, 여고생들의 치마에도 엄연히 그들만의 ‘철학’이 존재한다!

삶의 어느 순간보다 더 감성적이고 예민한 시기를 맞이한 여고생들의 깜직 발랄하면서도 솔직한 속마음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어렵지 않은 내용임에도 여고생들의 사고방식을 소름끼칠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낸 매력적인 작품이다.

딱히 공부를 잘하지도 그렇다고 반대로 대놓고 선생님에게 반항하지도 못하는 오늘날 극히 ‘평범한’ 여고생을 대변하는 김소현은 생각 많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소현의 단짝친구는 유나와 마리아. 셋은 남녀공학을 다니며 그 시기에 가장 예민한 남자 친구문제, 여자들 사이에서 오는 미묘한 기류를 나누며 성장해 간다.

어느 학교나 있고 어지간한 스킬로는 당해 낼 수 없다는 레벨 99의 만렙 보스 일명 ‘학주’는 매일매일 여학생 치맛단 단속에 열을 올린다. 소현은 펑퍼짐한 월남치마에 남다른 추억마저 갖고 있는 듯한 학생주임의 눈을 요리저리 피해 H라인의 무릎 위 치맛단을 아슬아슬하게 사수해 나간다.

‘치맛단 단속’에도 엄연히 차별이 존재한다. 차별의 주인공은 임혜령. 한 학교에 한 명꼴로 존재하는 공주 캐릭터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이쁘고, 춤도 잘 추고, 그렇지만 공교롭게 싸늘한 말투와 도도한 표정으로 모두를 ‘왕따’시키는 그녀는 다른 친구들로부터 ‘그년’이라고 불리면서도 묘하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혜령의 성적은 항상 치맛단 특혜라는 묵시의 보답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소현이 속으로 혼자 좋아했던 민재는 유나에게 고백을 해서 사귀게 되지만 둘은 본질적인 남녀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진다. 99.9%의 남자가 갖고 있는 ‘무신경’에 질려버린 유나는 다정다감한 남자를 원하고, 소현과 묘하게 이어진 유학파 남학생 ‘맷’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자신보다 유나를 선택한 민재와의 일로 유나에게 묘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소현은 유나와 맷의 일로 다투고, 둘 사이엔 한랭전선이 흐른다. 이후 맷에 손에 끌려 난생 처음 스모키 화장을 하고 클럽에 가게 된 소현은 경악스러운 일을 당하게 되고, 스토리는 빨려들 듯 빠르게 진행된다.

‘여고생의 치맛단’은 여학생들 나아가서 여성들의 환상과 심리, 남자와 여자의 차이, 허영심 등을 완벽하게 녹여내고 있다. 가능하다면 여자보다 남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남고를 나오든 공학을 나오든 여자의 마음은 따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자를 너무나 모르는 당신, 이 책을 읽고…

“공부하세요!”

김민서 지음 / 휴먼앤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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