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욱 목사 성추행 논란 사태일지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전병욱 목사에 대한 징계 재판에 대해 어떤 입장과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또한 노회의 각성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실 것인지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계속해서 무성의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시위, 항의 방문 등의 모든 공적 조치들을 이행해나갈 것입니다. 책임 있는 답변과 변화를 기다리겠습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자칭 한국교회 장자교단이라고 자랑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의 정치 1번지로 알려진 평양노회를 향해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의 일부다. 엄중한 말로 경고를 하고 있지만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지난 2010년부터 5년째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평양노회는 결국 전 목사의 노회 가입을 승인했고, 최근에는 전 목사를 도리어 옹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삼일교회와 교회개혁실천연대가 피해자를 대변해 전 목사, 평양노회에 회개를 부르짖고 있지만 마치 쇠귀에 경 읽기다.

◆회개의 목소리 날렸지만… 계란으로 바위 친 격

전병욱 목사에 대한 성추행 논란은 올해 들어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침묵을 일관했던 홍대새교회가 전 목사에 대한 해명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삼일교회와 교계 내 진보 진영의 움직임도 더욱 거세졌지만 결국 교단 노회 측의 보호로 홍대새교회의 입지는 안정권에 들어선 모양새다.

전 목사의 성추행 논란이 직접적으로 다른 국면을 맞게 된 때는 삼일교회가 지난 6월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의혹 사태와 관련해 ‘삼일교회 치유와 공의를 위한 TF팀’을 구성하면서부터다. 앞서 홍대새교회는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인 삼일교회 장로 및 교인 등 14명을 명예 훼손 및 모욕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삼일 교회가 TF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었다. 고발 사건으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시민들은 경찰 수사로 명확한 진실이 드러나길 기대했지만 전 목사에 대한 소환 소식은 없었다.

◆전병욱 감싸는 예장합동 평양노회

오히려 7월 홍대새교회는 홈페이지에 세 차례에 걸쳐 성명을 내고 본격적인 해명 작업에 돌입했다. 홍대새교회는 전 목사의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피해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홍대새교회 측은 “벗어봐야 알지”라는 가벼운 성추행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성명 발표 이후 흐름은 홍대새교회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지난 10월 12일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재판을 위해 시무 목사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전병욱 목사의 교회 개척을 승인했다. 무임목사 자격이었다. 길자연 목사가 청원자로 나섰고, 담임교역자는 전병욱 목사였다. 노회는 평양노회의 정식회원으로 전 목사를 받아들인 것이다. 급기야 지난달 22일 홍대새교회에서 열린 평양노회 가 입 감사예배에서는 참석자들이 전 목사를 두둔하고 나섰다.

평양노회장 김진하 목사는 설교를 통해 “평양노회장 자격으로 이 자리에 왔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홍대새교회와 전병욱 목사를 공격하지만, 우리 평양노회는 보호하고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임시당회 장으로 있던 길자연 목사까지 사회를 보는 도중 “전 목사에게 돌을 던지지 말고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감싸며 논란을 부추겼다.

이처럼 갖은 논란과 교계의 비판에도 전 목사는 예장합동 평양노회의 보호아래 순조롭게 노회 가입을 진행했다.

◆삼일교회·개혁연대 반격했지만…

지난 9월 15일 전 목사를 상대로 전별금 반환 및 청구 소송에 돌입한 삼일교회 측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삼일교회는 전 목사에게 2년 봉급 명목으로 지급된 생활비 1억 3000만원, 성중독 치료비 명목으로 지급된 1억원에 대한 반환을 청구했다.

또 삼일교회가 성 피해자들에게 피해보상 금액을 지급한 것과 전 목사로 인해 삼일교회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을 들어 손해배상금으로 1억원을 청구했다. 지난달 9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병욱 목 사 면직 촉구를 위한 삼일교회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 목사는 MBC시사매거진2580 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받은 전별금에 대해 “내가 (교회에) 기여한 것에 비하면 적으면 적었지 많다는 생각은 안 했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전 목사는 주택구입비 10억원, 퇴직금 1억 1500만원, 2년 사례금 1억 3000만원, 기타 예우금 1억원 등 합계 13억 4500만원의 전별금을 받았다.

26일에는 삼일교회 당회와 교역자가 나 서 ‘피해를 입은 모든 성도님들과 공동체에 사과드립니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당회는 “그때는 최선의 대응 방식이라 여겼던 전임목사의 사임처리 등의 결정들이 5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더 이상 최선이 아니었음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피해자를 보호하려 했던 당회의 여러 결정들도 오히려 그들에게 더 큰 아픔을 주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후회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도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전 목사를 감싸는 평양노회를 비판하며 예장합동 총회에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지난 제100회 총회에서 예장합동총회는 전 목사에 대한 치리를 평양노회에 넘기는 것으로 결의한 바 있어 요구 수용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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