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제일제당이 한창 잘나갈 때의 일이다. 한 중역이 회의석상에서 설탕 값을 50환 정도로 올리자고 했다가 호암 이병철 회장에게 된통 혼이 났다. 50환을 올리면 근당 10환이었던 이익이 60환이 되어 1955년에 올린 순이익 80억 환의 6배, 즉 480억 환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호암은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서 어쩌자는 거요? 장사에도 도의가 있는 법이오. 내가 설탕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국민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소. 처음부터 시장을 나 혼자 움켜쥐고 내 뱃속을 채울 생각 따윈 털끝만큼도 없었단 말이오.” (p.156)

“모든 것은 나라가 기본이 된다”라는 말은 알아듣긴 해도 실천하기 참 어려운 일언(一言)이다. 사람마다 삼성을 바라보는 시점이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삼성과 같은 기업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눈부신 발전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호암은 늘 나라를 우선시 했다. “나라가 잘되고 강해야 모든 것이 잘되고 따라서 무역을 하든 공장을 세우든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결국 그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그는 말한다.

회사보단 나라를 먼저 생각하면서 쓰러지고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범인(凡人)이었다면 당장에 몇 번이라도 포기할 사업들을 끝내 성공이란 이름으로 장식해 낸 사람, 그가 이병철이다.

일찍이 호암은 일제의 수탈을 가까스로 이겨내고 삼성물산공사를 열어 1년 만에 1억 2000만 원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곧바로 터진 6.25에 호암은 모든 것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전쟁의 잿더미 위에 다시 사업을 꾸려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을 세웠다. 많은 사람이 반대하는 일이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공장설비, 기술력, 인력에 모두 혀를 찼지만 호암은 끝내 해냈다.

그의 일생 동안 불가능의 장벽은 늘 산재해 있었지만, 보란 듯이 넘어서고야 말았다. 텔레비전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국가에서 모든 장벽을 이겨내고 반도체까지 만든 삼성전자는 오늘날 세계 제일의 브랜드가 됐다.

이 책은 호암의 삶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호암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기록했다. 읽기 쉬운 문장 속에 녹아있는 이병철 회장의 굳건한 신념과 사상은 날마다 새로운 위기에 봉착하는 우리네 삶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김찬웅 지음 / 세종미디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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