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방식·일본양식 접목 2층 갖춘 근대 가옥
당시 서울 상류층 시대상·생활상 연출 및 전시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윤보선 가옥과 함께 북촌을 대표하는 근대 한옥으로, 북촌의 한옥문화와 일제강점기 서울 최상류층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100년 역사의 백인제 가옥(북촌로7길 16)이 ‘역사가옥박물관’으로 새롭게 탈바꿈해 지난 18일부터 시민에게 개방됐다.
백인제 가옥은 1913년 당시 한성은행 전무였던 한상룡이 북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2460㎡ 대지 위에 전통방식과 일본양식을 접목해 지은 근대 한옥이다. 부근 한옥 12채를 합친 널따란 대지에 당시 새로운 목재로 소개됐던 압록강 흑송을 재료로 지었다. 규모는 물론 건물 그 자체로도 당시에는 최고급 가옥이었다.
또 안채의 대청과 툇마루는 모두 전통적인 우물마루로 구성된 데 반해 사랑채의 툇마루와 복도, 사랑대청은 일본식 장마루를 적용했다. 한상룡이 일본 고위 인사들을 위한 연회를 염두에 두고 이 건물을 지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이 건물에서 역대 조선총독부 총독들을 비롯한 당시 권력가들은 물론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 2세도 연회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한상룡의 손을 떠난 이 가옥은 1935년 개성 출신 민족 언론인 최선익의 소유가 됐고, 또 다시 1944년에는 당시 외과 명의이자 오늘날 백병원의 창립자인 백인제 박사의 소유가 됐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지난 4월, 백인제 가옥을 역사가옥박물관으로 새롭게 개관하기 위해 개장 준비에 착수, 7개월 만에 완료해 지난 18일부터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일부 원형과 달라진 부분을 건축 당시 모습으로 복원하고, 건축 당시 서울 상류층의 생활상을 연출 전시했다.
앞서 두 차례 '백인제 가옥'을 시범 개방한 바 있으나 가옥 내부가 아닌 건물 자체에 대한 탐방 위주로 이뤄졌었다. 하지만 이번에 가옥 내부에는 당시 시대상과 생활상을 전시하고 건물 안팎이 박물관이 돼 시민에게 개방된 것이다.
바깥주인(사랑방), 안주인(안방), 할머니, 아들내외(건넌방) 등 가옥에 거주했던 가족구성원에 따라 각 방별로 전시 콘셉트를 달리했으며, 의걸이장, 이층장 등 전통 목가구와 병풍 등 소품 150여건을 연출 전시해 현장감을 높였다.
또 마지막 거주자인 백인제 박사와 관련된 사진자료와 의학자료, 골동품 수집 취미 등을 반영한 전시품 30여점과 박사가 운영했던 출판사인 수선사의 간행물도 함께 전시됐다.
조선시대 최고 권력가, 재력가들이 살았던 북촌 일대 대형 한옥 중 당시 규모로 오늘날까지 남은 것은 백인제 가옥과 윤보선 가옥 두 채 뿐이다. 윤보선 가옥은 현재 거주 중인 사택으로, 대형 한옥이 일반 시민에게 상시 개방되는 것은 백인제 가옥이 최초다.
백인제 가옥 역사가옥박물관 관람료는 무료이며, 관람 시간은 평일·주말 오전 10~17시다(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 1월 1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