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참가자가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면서 머리를 다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전남 보성군 농민회 소속 백모(69)씨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뇌출혈 수술을 받았으나 아직도 혼수상태다. 경찰에서는 규정대로 물대포를 살포했으니 과잉진압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날 시위대에 관한 사전 대응 미숙이 제기됐고, 경찰이 쏜 물대포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전국 53개 단체가 참여한 이번 집회는 지난 1월 대표자회의를 통해 결의됐으며, 9월에는 이들 단체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를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를 주도적으로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진 한국진보연대는 11월쯤에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민중총궐기 대회를 열기로 계획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허술하게 대비해 공권력 무능을 여실히 드러냈으며, 시위대 진압 도중 인명사고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광화문 시위대 진압과정에서 발생된 인명사고의 원인이 된 경찰의 차벽 설치와 물대포에 대해 계속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과거 서울광장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 차벽에 대해 “불법 폭력 집회나 시위 발생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서울광장에서 일체의 집회는 물론 통행조차 금지한 경찰의 차벽 설치는 전면적이고 극단적 조치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다”는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고, 집회자를 향한 물대포 사용도 규정을 두고 인명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 방법을 제한하고 있다.

경찰의 살수차 운용 규칙에는 20m 거리 이내에서는 물포의 rpm은 2000rpm 내외로 하게 돼 있다. 하지만 불과 7∼8m 거리에 있던 백씨를 향해 쏠 때 물살의 세기가 2500∼2800rpm이었다는 경찰관의 진술이 나왔고, 경찰은 넘어진 백씨를 보지 못한 채 계속 물대포를 쏘았다고 하니 규정 미준수가 여실히 드러났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폭력시위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에 시위대 진압과정에서 살상무기가 될 수 있는 물대포 사용은 엄격히 운용돼야 한다. 경찰이 넘어진 백씨를 몰랐다면 결국 살인 진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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