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 윤봉길식량지키기연합 공동대표

 
오는 17일이 어떤 날인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삼일절과 광복절은 모든 국민들이 기억하고 기념하는 날이다. 그러나 그날의 주역들인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날은 언제인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나마 천만관객을 돌파한 ‘암살’이라는 영화 덕분에 윤봉길, 이봉창 의사, 김원봉 의열단장 등 순국선열들이 재조명됐다.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제31차 총회가 개회된 1939년 11월 21일, 지청천(池靑天), 차이석(車利錫) 선생 등 6인은 ‘일본의 조선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맞서 국권회복을 위해 항거하다가 순국한 선열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기념하자’는 취지로 기념일 제정을 발의했다.

그 결과 ‘순국선열공동기념일’이 결의됐고, 1940년 11월 17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주관의 제1회 순국선열기념일 공식행사가 열렸다. 기념일로 지정된 11월 17일은 대한제국이 일제에게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당한 실질적인 망국일이다. 선열들의 숭고한 뜻과 희생을 기억하며 그 치욕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날이기도 하다.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은 교장 선생의 조례시간, 그냥 국민의례의 마지막 절차로만 기억된다. 그러나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묵념 전 옷깃을 여미고 자세를 단정히 한 연후에 마음을 가다듬고 그분들의 숭고한 뜻과 희생정신을 기리는 엄숙한 의식이다. 일상에서도 부모에게 효를 행하기 전에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하고 찾아뵙듯이 말이다.

오는 17일은 제76회 순국선열의 날이다. 광복 70주년이 끝나가는 지금 우리는 순국선열의 날을 계기로 삼아 그분들의 시대정신을 새롭게 각인시켜야 한다. 생계에 쫓기고 늘 바쁘다는 핑계로 무관심하게 넘어갔더라도 이번만큼은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염원하는 하나 된 한반도는 사상과 이념, 사사로운 이익 추구라는 벽을 넘어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조국광복에 대한 일념으로 목숨을 바쳤던 순국선열들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재조명하고 그분들의 시대정신을 이어 국민 스스로가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덧붙여,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은 해방 후 서거한 애국지사들을 포함해 추모할 수 있도록 광복절과 연계해 광복선열의 날로 명칭을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 그 밑바탕에는 정부와 보훈처 주도의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예우와 유지를 받들고 있는 유족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깔려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어떤 분들의 희생을 딛고 오늘날 산업화, 민주화를 하고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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