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과 날줄이 복잡하게 얽힌 아메리카 역사의 단면에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수많은 역사의 진실은 아름다운 ‘아메리카 드림’으로 덧칠돼 역사의 그림자 속에 조용히 묻히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역사의 조각난 퍼즐은 엇물리다가도 언젠간 또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미국이라는 초강국의 기틀을 닦는 데 소요된 근원적인 힘은 어느 순간 잔인한 비극의 서막을 연다. 그것은 고상하거나 잘 정돈된 그럴듯한 역사서에 숨겨진 끔찍하고 놀라운 사건들이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의 숨겨진 역사를 발굴함으로써, 덧칠된 부분을 과감히 잘라내고 진실을 바로잡고자 했다.

1754년 5월 28일 이른 아침,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은 민병대원 40명과 인디언 동맹군을 이끌고 프랑스군을 선제공격한다. 총격전은 겨우 10분이나 15분 만에 종결됐고 워싱턴 민병대는 프랑스군 14명을 사살하고, 20명을 생포했다. 생포된 자 중에는 프랑스군 장교 조제프 드 쥐몽빌도 있었는데, 그는 워싱턴에게 자신들이 프랑스군의 선봉부대가 아니라 단순한 외교사절단임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 순간 프랑스 인에게 아버지를 잃은 인디언 추장 하프 킹이 쥐몽빌의 머리에 도끼날을 내리 꽂고 포로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게 된다. 당시 워싱턴은 사건을 크게 벌이지 않기 위해 보고서에 세부사항은 생략하고 간단한 결과만을 적었으나, 이 사건으로 프랑스군은 처절한 복수를 다짐한다.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도화선이 되면서 결국 7년 전쟁이 시작된다.

이 전쟁에서 85만여 명의 병사가 죽었고,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한편으로는 13개 식민지를 독립전쟁의 길로 인도하기도 했다. 아메리카 황무지에서 젊은 식민지 장교가 벌인 소규모 전투가 아메리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은 것이다. 

그 결과 프랑스는 북아메리카에서 영국의 경쟁자 지위를 상실했으며, 승리자인 영국도 점차 아메리카에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많은 식민지 장교와 병사들이 전투를 통해 영국이 무적이 아니라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작은 사건이 입에 올리기도 부담스러운 사건들을 몰고 오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소소한 일들이 몰고 온 엄청난 결과들과 시간의 진흙 속에 파묻혀 있던 놀라운 진실들을 하나하나 길어 올렸다. 소설형식의 생동감 넘치는 사건의 전개도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역사물의 불편함을 해소시킨다.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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