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예비 성직자들의 이색적이지만 친근한 일상
원불교 예비 성직자들의 이색적이지만 친근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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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 교무들이 오전 5시 법당에서 기도드리는 모습을 담은 스틸컷. (사진제공: 김현국 교무)

영화 ‘사마디’가 보여준 원불교
“일상에서의 수행이 중요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이 극장은 여러분의 선방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관람이 아니라 참여하는 영화입니다.”

어느 늦가을 새벽 5시 미명이다. 추위를 감싸려 파카를 입고 모자 끈을 조여 겨우 얼굴 정도만 내놓은 청년이 야외 계단을 뛰어 올라가 종각에 이르더니 범종을 세 차례 힘차게 울렸다. 묵직한 종소리가 퍼지자 어둠을 뚫고 여기저기서 구두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원불교대학원대학교 법당에 교무가 되기 위해 수학하고 있는 예비 성직자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곧 입정이 시작됐다.

원불교 예비 성직자들이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디’의 첫 장면이다. 세계종교문화축제가 열린 전주에서 지난 17일 이 영화가 관객을 맞았다. 지난해 이미 개봉한 영화이지만 이웃종교의 이해를 돕고자 원불교 영화로 올해 축제에서 선정됐다.

영화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연출된 것이 거의 없이 수학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스크린에 담아냈다. 내레이션도 두지 않았다. 종교인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겪는 갈등과 애환, 기쁨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고 판단은 관객들에게 맡긴 것이다.

영화에서 원불교 예비 성직자의 평상시 모습은 인상적이다. 여학생들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머리를 한 갈래로 묶어 뒤로 둥글게 말아 올렸다. 옷은 검은 치마에 흰 저고리를 주로 착용했다. 남학생들은 가톨릭 신부들의 복장과 비슷한 회색 톤의 상의를 입었다. 그러나 때에 따라 자유로운 복장을 하기도 했다. 영화는 이들이 학위를 이수하고 정식 교무가 돼 금색 동그라미가 가슴께 그려진 회색 도포를 입는 그 순간까지를 담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교무가 되기까지 보통 4년에서 8년의 기간이 걸린다.

▲ 감독 김현국(본명 정래) 교무가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청년들, 수행으로 평정 찾아

영화 초반부에는 계랑한복을 입은 한 청년이 길거리를 거닐더니 갑자기 시장 바닥에서 좌선을 하는가 하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야외에서 눈을 맞으며 좌선을 하기도 했다. 수행을 하는 데 장소가 무슨 상관이냐는 반문이다. 이는 마치 고뇌하는 청년들의 시대상을 보여주며 이 문제를 해결할 한 방법으로 좌선을 제시하는 듯했다.

수행의 바탕에는 ‘일상수행의 요법( 常修行-要法)’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는 교도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언제든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종단이 제시한 지침으로 총 9가지 조항이 있다.

각각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을 세우자 ▲심지는 원래 어리석음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어리석음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혜를 세우자 ▲ 심지는 원래 그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그름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계를 세우자 ▲신과 분과 의와 성으로써 불신과 탐욕과 나와 우를 제거하자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 ▲타력생활을 자력생활로 돌리자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을 잘 배우는 사람으로 돌리자 ▲가르칠 줄 모르는 사람을 잘 가르치는 사람으로 돌리자 ▲공익심 없는 사람을 공익심 있는 사람으로 돌리자 등이다.

영화는 또 원불교인들의 마음공부 중 하나인 ‘입정’에 대해서도 담았다. 원불교에서 입정은 원래 자신이 갖고 있는 성품과 하나가 돼 일체의 사념을 잊어버린 상태를 뜻한다. 원불교에서는 각종 법회나 기도식 때에 먼저 입정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은 후에 각항 순서를 진행하게 되므로 대체로 식순에 ‘입정’ 순서가 있다. 영화 속에서도 예비 성직자들은 스포츠 경기를 하던지 밥을 먹든 수업을 듣든지 무엇을 하든지 가장 먼저 입정 순서를 거쳤다.

◆성직자도 일상에서는 똑같은 ‘사람’

고귀한 성직자의 길을 걷고자 노력하는 예비 성직자들이지만 이들도 사실은 일반 중생과 다름없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도 영화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탁구 시합을 보며 응원하며 승패에 따라 기뻐하거나 아쉬워했고, 시험을 앞둔 선배들을 위해 후배들은 깜짝 파티를 열기도 했다. 김장철이 되자 모두가 모여 함께 먹을 대규모 김장을 담갔고, 크레용팝의 노래 ‘빠빠빠’에 맞춰 익살스러운 춤을 추기도 했다.

영화감독 김현국(본명 현국) 교무는 “삶이 팍팍하고 힘들 때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는 체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영화를 보면서 예비 성직자들의 수행과정이 나올 때 자신이 그 법당에 같이 앉아서 함께 선을 닦고 수행하며 이들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됐으면 좋겠다”며 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사마디(samadhi)’는 산스크리트어로 ‘삼매’를 뜻한다. 삼매는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움직이지 않게 하는 것으로 ‘정(定)’으로 표현되거나, 또 마음을 평정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등지(等持)’ 혹은 ‘정수(正受)’ ‘정심행처(正心行處)’ 등으로 의역한다. 불교에서는 수행의 한 방법으로 심일경성(心一境性)이라 하며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정신력을 가리킨다. 또 선(禪)ㆍ입정을 통해 얻는 마음이나 청정일심, 천만경계를 대해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적적성성(寂寂惺惺)한 경지를 뜻한다.

▲ 영화 ‘사마디'가 지난 17일 세계종교문화축제의 일환으로 전주시네마타운에서 상영됐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수학 중인 예비 교무가 눈이 오는 날 좌선하는 모습을 담은 스틸컷. (사진제공: 김현국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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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브리 2015-12-25 13:41:33
원불교에 대해 알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