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촌 골목 곳곳에 전시된 세계 문자 조각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세계문자심포지아 2015’ 개막
서촌 일대서 체험·전시·학술대회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문자는 소리를 내어 읽을 수도 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적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유성과 개별성을 지닌다. 특히 세계 여러 나라의 문자 가운데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문자들이 문자 축제를 통해 예술과 어우러져 특별한 공간을 연출한다.

(사)세계문자연구소가 종로구와 함께 지난 16일부터 시작, 오는 25일까지 서울 서촌 일대에서 ‘세계문자심포지아 2015–가가호호 문자’를 진행한다.

▲ 서울 서촌 골목 곳곳에 전시된 세계 문자 조각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세계문자연구소는 “이번 문자 축제를 통해 세계의 문자가 그것을 쓰는 사람의 집에 따라 또는 골목과 거리 그리고 마을과 나라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와 거꾸로 문자가 바뀜으로써 집과 골목 그리고 마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체험하게 해 줄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축제 주 무대인 ‘서촌’은 600년 고도 서울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한국의 고유한 멋을 가장 잘 나타내는 한옥과 예술적인 공간을 위해 지어진 세계적인 현대 건축물이 조각보처럼 짜여 문화다양성을 잘 구현한 공간이다.

축제 기간에는 서촌의 골목과 그 안에 이웃한 집들이 세계 문자와 뒤섞여 독특한 조화를 선사한다. 이는 ‘문자의 교차점’ 프로젝트 가운데 일부로, ‘문자의 깃발’ ‘문자의 풍선’ ‘문자의 간판’ ‘문자의 춤’ ‘문자의 맛’ ‘문자의 건축’ ‘문자의 텍스트 애니메이션’ ‘문자의 3D 조각’ 등의 문자예술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지난 15일 팔레 드 서울 갤러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서양화가이자 임옥상 총감독은 “지난해 첫 행사에서는 ‘세계 문자 선언’을 유도해 냈다. 올해는 여력이 닫지 않아 못했던 골목을 찾아 골목은 어떤 숨결을 가지고 있는 지 세부적으로 찾아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골목이야말로 삶을 가장 사실적으로 엿볼 수 있는 곳이다. 600년 고도의 서울 서촌이라는 곳에 골목이 살아 있고, 이곳은 한글 창제에도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서울 서촌 곳곳에 전시된 세계 문자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특히 서촌 일대 골목 곳곳에 상징적인 문자를 입체화한 조각을 달아 이색적인 볼거리까지 생각해 낸 아티스트 김종구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해에는 100년 후 문자에 대해 짚어보는 행사였다면 올해는 일반인에게 더욱 친근한 문자를 위해 체험의 장소를 통한 주민 참여의 기회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가가호호 문자체험’ 프로젝트는 우선 구글번역기를 이용해 세계의 다양한 문자를 채집하고, 전시의 주제어인 ‘인간과 문자’ ‘인간 존중’ ‘문화 존중’ ‘인간 평등’ ‘문자 평등’ ‘문화 평등’을 보여줄 수 있도록 사랑·안녕·친구·평화·지혜·자유·합의·가족·유대·믿음 그리고 ‘참여하다’ ‘건강하다’ ‘보고싶다’ ‘손에 손잡고’ ‘그대로 그 자리에’ ‘눈이 부시다’ 등 다양한 단어를 선택했다. 주제어를 선정하고, 번역할 국가 혹은 민족의 언어를 선택하고, 결과물 중에서 조형미를 고려해 단어를 선정했다.

이후 통의동 일대를 돌며 채집한 문자를 보여 주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단어를 직접 손으로 적어보게 했다. 종이 위에 적힌 평면 문자 200여점은 3D 스캐너 방식에 의해 입체적인 조각 두 점으로 재탄생됐다. 한 점은 글자의 서명자에게 선물로 기증하고, 다른 한 점은 골목길에 전시 및 설치했다.

▲ 서울 서촌 곳곳에 전시된 세계 문자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설치문자는 집 앞에 문패를 내 걸던 문화, 거리의 낙서를 미적으로 끌어올린 그래피티아트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골목길을 방문한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이끈다.

이번 문자 체험을 통해 3D 조형물과 채집된 다양한 언어는 별도의 카탈로그로 만들어져 국내외 관련 기관에 배포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교차점’ ‘문자 발명가’ ‘학술대회’ 등의 행사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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