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왕구천(양시아오바이(楊小白) 지음 / 살림 펴냄).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뉴스천지)
와신상담(臥薪嘗膽). 이 고사성어의 주인공 월(越)나라 왕 구천은 인내가 만들어낸 영웅이다. 만일 그에게 쓸개와 가시방석이 없었다면 오늘날 아무도 이 보잘것없는 나라의 왕을 기억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한 힘만이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춘추전국 시대, 작은 모퉁이 나라인 월은 이웃나라이자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오(吳)나라 앞에 한낱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에 불과했다. 백성들에 의해 임금의 자리에 오른 월왕 윤상은 오나라의 득세자 합려에게 자신의 부인을 빼앗기고 아들 구천과 그의 스승을 볼모로 내어주게 된다.

철저한 합려의 계획으로 스승과 어머니를 잃고 죽음을 가까스로 피한 구천은 본국으로 돌아와 후계 왕좌를 이어 받게 되고, 제갈공명에 비견되는 범려와 문종을 중신(重臣)으로 맡게 된다. 한편 오나라 왕을 제거하고 피비린내 나는 권력 싸움에서 승리한 합려는 스스로 왕을 칭한 뒤, 시퍼런 칼날을 월나라에 드리우게 되고, 기세등등하게 침공을 감행한다.

그러나 범려와 문종이 기묘한 계책을 세워 공격을 막아내고 합려는 휴리 전투에서 목숨을 잃는다. 이 전투에서 크게 패배한 오나라는 치를 떨며 다시 월을 공격, 자만에 빠진 구천과 그의 나라를 완전히 무너뜨린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월을 완전히 초토화하지는 않는 대신, 합려의 아들 부차는 아버지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구천과 그의 처를 몸종으로 삼아 처절하게 능욕한다. 말을 키우는 노예로 전락한 구천은 갖은 환심으로 호시탐탐 귀국을 엿보다가 마침내 부차의 똥을 찍어 먹고 오왕 부차의 병세를 알려준 공로(嘗糞得伸)로 입국을 허락받게 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입국 후 구천은 자신의 나태함으로 죽음을 맞은 친한 벗의 쓸개를 날마다 핥으며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한다. 범려의 연인이자 당대 선녀로 칭송받던 서시를 비롯한 미녀들로 오왕의 정신을 빼놓는 계책과 함께, 백성과 늘 함께하며 차근차근 역습의 기반을 다져 나간다.

피를 토하는 인고의 세월을 거친 후, 그는 마침내 오나라와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된다.

칭기즈칸, 한의 유방, 구천에 대한 지난날의 일화들은 애석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다. 이들이 겪은 역경은 필부(匹夫)가 짊어진 고난의 무게와는 분명 다른 크기다. 그들은 구차하리만큼 생(生)을 사랑했고, 결국 생(生)을 지켜낸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자명하다. 모든 사람이 자기의 분량대로 고난을 받지만, 그가 갖고 있는 인내의 크기에 따라 영웅과 소인배로 나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월왕구천’은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을 넘어서, 우리에게 살아가야 하는 목적을 강조한다.

끝까지 지켜야 하는 소중한 것들이 있기에 그것들을 바라보며 ‘인내’를 지팡이 삼아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고통은 길지 않다. 인내의 힘을 믿어보자.

양시아오바이(楊小白) 지음 / 살림 펴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