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증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상장폐지를 회피하기 위해 시세조종, 가장납입, 회계분식 등 불공정거래를 저지른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무더기로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이들 기업은 가장납입성 유상증자나 회계분식 등을 통해 상장폐지 요건을 피한 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횡령·차명주식 고가 매도 등을 통해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1~2023년 실적 악화 등으로 상장폐지된 총 44곳 중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기업 37곳을 적발하고, 15곳에 대해 수사기관 통보 등의 조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들 15개사가 편취한 부당이득 규모는 총 1694억원으로 집계됐다. 혐의별로는 부정거래가 7건, 시세조종이 1건, 미공개·보고의무 위반이 7건이었다.

이들 중 지난해 상장폐지된 9곳은 거래정지 전 2년간 유상증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통해 무려 3237억원의 자금을 시장에서 끌어당긴 것으로 드러났다.

실례로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 A사는 인수 대상 기업이 대규모 손실로 상장폐지 위험에 처하자 연말 거액의 유상증자로 요건을 피했다. 이후 주가가 상승하자 증자 대금을 횡령하고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보유 중이던 차명주식을 고가에 매도해 부당이득을 편취했다.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던 B사는 자산을 과대계상해 상장폐지 요건을 탈피했다. 이 기간 B사는 분식 재무제표를 사용해 천억원대의 자금을 조달하고 기존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로 연명하는 부실기업들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관련 혐의가 발견될 경우 즉시 조사에 착수하고, 유사사례 추가 확인을 위해 재무·공시 자료 등을 면밀히 분석하기로 했다. 또 유사사례 분석 결과는 금융위원회 및 한국거래소와 적극 공유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상장폐지를 회피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조달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의 불공정거래는 주식시장 내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선순환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고 주식시장의 신뢰와 가치를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또 “좀비기업에 대한 집중 조사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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