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규-조규성 최전방 골 경쟁… 92년생 선수 활약 기대
이강인, 선발출전 여부 관심… 늦깎이 태극전사 이명재도 “제몫 다 할 것”

손흥민이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에서 선취골을 넣고 찰칵 세러머니를 ㅍ쳘치며 기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손흥민이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에서 선취골을 넣고 찰칵 세러머니를 ㅍ쳘치며 기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강태산 기자]  한국 축구가 절체절명의 시험대에 선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26일 방콕 자라망갈라 스타디움에서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4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반드시 이겨 돌아가겠다’며 의지를 불사르고 있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도,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2일 태국 방콕으로 건너갔다.  방콕 입성 이튿날부터 훈련에 돌입하며 각오를 다졌다. 회복 훈련에 이어 전술 훈련을 펼치며 강도를 끌어올렸다. 선수들은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손흥민과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손흥민과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대표팀은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태국과의 홈 경기에서 손흥민의 선제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1-1로 비겼다. 이번 4차전 원정에서 승리하면 사실상 최종 예선 진출을 거의 확정짓는다. 그렇지 못하면, 오는 6월 싱가포르, 중국과의 5~6차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따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이강인과 주민규가 24일 태국 방콕 윈드밀 풋볼클럽에서 훈련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강인과 주민규가 24일 태국 방콕 윈드밀 풋볼클럽에서 훈련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대표팀은 태국과 역대전적에서 30승 8무 8패로 월등하게 앞선다. 하지만 8패 모두 원정(방콕 7경기·쿠알라룸푸르 1경기)에서 당했다.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가 번번이 잡혀 먹힌 꼴이 되고 만, 지옥 원정이었다. 

이번 경기 최고의 적은 태국 대표 선수가 아니라 무더위다. 대표팀은 한낮 무더위를 피해 해가 지고 난 저녁에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후 6시가 넘어서도 방콕의 기온은 31도가 넘었다. 습도가 70%에 가까워 체감 온도는 35도, 한증막 수준이다.

태극전사들은 현지시간으로 26일 오후 6시 30분부터 태국과 경기를 치른다. 습식 사우나 속에서 90분 동안 땀을 흘려야 하는 것과 같다. ‘머리 박고 뛰겠다’는 각오로 결전을 벼르고 있지만 고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주민규가 지난 21일 태국과의 홈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주민규가 지난 21일 태국과의 홈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한국은 월드컵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3차전까지 2승 1무(승점 7·골득실 +8)를 기록하고 있다. 태국(승점 4·골득실 +1), 중국(승점 4·골득실 -2), 싱가포르(승점 1·골득실 -7)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태국 원정에서 승리하면 한국은 승점 10을 쌓는다. 최종예선 진출의 9부 능선을 넘는다. 그렇게 되면, 오는 6월 싱가포르, 중국과 예정된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만 챙겨도 최소 조 2위를 확보하게 돼 최종예선에 나간다.

태국 방콕 윈드밀 풋볼클럽에서 황선홍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태국 방콕 윈드밀 풋볼클럽에서 황선홍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92년생’ 선수들의 호흡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3월 A매치에 나선 23명의 태극전사 가운데 1992년생은 손흥민을 필두로 이재성, 권경원, 김진수까지 4명이다. 만 나이로 31∼32세인 이들은 사실상 대표팀의 주축이다. 1996년생(황인범·김민재·조유민)과 1999년생(정우영·송민규·홍현석)이 나란히 3명씩, 그 뒤를 잇는다.

태국과 2차 예선 3차전에서는 92년생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태국의 밀집 수비에 막혀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던 대표팀은 전반 42분 페널티지역 왼쪽 구석에서 이재성이 넘긴 컷백을 손흥민이 골 지역 왼쪽에서 왼발로 득점포를 터트렸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재성은 후반 29분 조규성과 교체될 때까지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이재성은 최전방뿐만 아니라 중원과 측면, 후방까지 빼곡히 자신의 발자취를 남겼다.

이재성의 도움을 받은 손흥민은 자신의 통산 124번째 A매치에서 45번째 골을 터트렸다. 차범근(58골), 황선홍(50골)에 이어 역대 한국 대표팀 A매치 최다득점 3위 자리를 이어갔다. 현재 황 감독과의 A매치 득점 격차를 5골로 줄인 손흥민은 올해 안에 ‘황선홍 기록’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태국과 3차전에서 골맛을 본 손흥민은 4차전 리턴 매치에서도 골을 기대하고 있다. 황 감독도 현지에서 취재진에게 “손흥민이 빨리 내 기록을 깨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한국 최고의 기록을 가져야 하는 선수다. 계속 잘해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신뢰를 보냈다.

이강인의 선발출전과 공격포인트 추가도 관심사다. ‘하극상 논란’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던 이강인은 지난 20일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팬들을 향해 “더 모범적인 사람이 되겠다”며 사과했다. 태국과 3차전에선 후반 19분 정우영을 대신해  출전했지만, 공격포인트를 따내지는 못했다.

‘늦깎이’ 태극전사 주민규의 2경기 연속 선발 출전 여부에도 팬들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21일 태국전을 통해 역대 최고령(33세 343일) A매치 데뷔 기록을 작성한 주민규는 1차례 슈팅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이번 리턴매치에서 A매치 데뷔골을 반드시 작렬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주민규처럼 30살에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명재의 활약도 기대된다. 지난 21일 태국전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명재는 “제 몫을 해야 또 기회 얻는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이명재가 패스하고 있다. 이명재의 A매치 데뷔전이다. (출처: 연합뉴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이명재가 패스하고 있다. 이명재의 A매치 데뷔전이다. (출처: 연합뉴스)

이명재는 프로축구 K리그 무대에 뛰어든지 10시즌째를 맞은 30살 수비수다.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고, A매치 데뷔전까지 치르는 기쁨을 누렸다. 연령별 대표 경험도 전혀 없이 K리그 통산 175경기(1골 25도움)나 뛴 이명재의 생애 첫 대표팀 발탁이었다.

이명재는 태국 사뭇쁘라칸의 윈드밀 풋볼클럽 훈련장에서 취재진에게 “대표팀 발탁은 꿈이었다.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축구를 해왔던 저에게는 큰 의미”라고 말했다. 

이명재의 당면 목표는 ‘제 몫을 다 하는 것’이다. “대표팀에 들어왔다는 게 좋은 기회다. 일단 제 몫을 다해야만 다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결기를 보였다. 

이명재는 대표팀 스트라이커 조규성과 김천상무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자신의 장점인 측면 크로스로 조규성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다는 바람도 강하다. 

이명재는 “지난 21일 홈 경기에선 상대 수비가 (조)규성이에게 많이 붙어 다른 선수를 이용하려는 패스를 많이 시도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원정 경기에서는 지난 홈 경기 경험을 바탕으로 조규성과 완벽한 ‘합작골’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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