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직전 아내 SNS서 공개하고 동반 입국… 선남선녀 커플로 스포트라이트 독점
개막전서 쐐기타로 성공적인 다저스 데뷔전… 떠나는 날 통역 해고 돌발 상황 직면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에서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더그아웃에서 숨을 돌리고 있다. (출처: 공동취재단)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에서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더그아웃에서 숨을 돌리고 있다. (출처: 공동취재단)

[천지일보=강태산 기자] 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엿새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하필 서울을 떠나는 마지막 날, 더 이상 미소를 볼 수 없었다. 

‘슈퍼 스타’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이야기다.

 21일 새벽 기가 막힌 소식이 미국 언론에서 터져 나왔다. 

다저스 구단은 보도가 나오자 오타니가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뛰던 시절부터 7년 넘게 믿고 지낸 동반자이자 통역인 미즈하라 잇페이를 불법 도박과 절도 의혹으로 서울에서 즉각 해고했다.

불법 도박을 일삼은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돈에 부적절하게 손댄 정황이 드러나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지난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 기자회견에서 오타니(오른쪽) 옆에 배석한 잇페이 (출처: 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 기자회견에서 오타니(오른쪽) 옆에 배석한 잇페이 (출처: 연합뉴스)

다저스는 물론 미국과 일본 야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가장 당혹스러운 사람은 오타니였다.

2024 서울시리즈는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정규리그 개막전이었다.

코리안 빅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과 10년간 7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고 다저스에 입단한 오타니를 위한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타니는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한 장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출처: 다저스 엑스 캡처)
오타니는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한 장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출처: 다저스 엑스 캡처)

오타니는 서울행을 앞두고 결혼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깜짝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14일 한국으로 가는 전세기를 타기 직전에는 베일에 싸여 있던 일본여자프로농구 선수 출신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찍은 사진을 역시 SNS에서 전격 공개했다.

오타니와 미녀 아내는 서울시리즈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오타니가 지난 15일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오타니가 지난 15일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5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엄청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은 오타니-다나카 부부는 한국과 미국, 일본 언론에서 서울시리즈의 아이콘이었다.

세기의 선남선녀 커플에게 축하의 인사가 쏟아졌다.

오타니는 17∼18일 키움 히어로즈, 한국 야구대표팀과 치른 평가전에서 5타수 무안타, 삼진 2개에 그쳤다.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타니가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오타니가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오타니는 2012년 하나마키 히가시 고등학교 재학 시절 일본 대표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 까까머리 어린 선수였다. 

오타니는 12년 만에 다시 서울에 온 뒤 “한국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에서 다시 뛰게 돼 정말 기쁘다. 야구를 통해 한국에 돌아와서 무척 특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타니의 ‘한국 사랑’은 계속 이어졌고, 팬들은 그런 그에게 호감을 보이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오타니는 아내를 전격 공개하고, 하늘을 찌를듯한 인기를 체감하며 특별하고도 소중한 날들을 보냈다.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서울시리즈 1차전까지는 오타니의 바람대로 풀렸다.

오타니가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3회초 2사 때 안타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오타니가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3회초 2사 때 안타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오타니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첫 경기에서 5타수 2안타를 치고 타점 1개와 도루 1개를 남겼다.

다저스가 4-2로 경기를 뒤집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좌전 적시타를 터뜨려 다저스에서의 첫 번째 타점과 함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가서는 더그아웃을 향해 귀여운 제스처도 선보였고, 주루 중 베이스를 밟지 않아 주루사하는 보기 드문 실수도 했다.

또 누상에서 김하성에게 먼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팀 코리아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의 연습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팀 코리아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의 연습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는 다저스 유니폼 상의를 걸치고 고척돔 일반석 좌석에서 일본에서 건너온 시댁 식구들과 함께 밝은 미소로 남편을 응원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오타니 아내와 가족들의 검소한 성품이 화제가 되었다. 

‘미즈하라의 배신’에도, 오타니는 21일 2차전에서 5타수 1안타 1타점을 수확해 서울시리즈를 타율 0.300(120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마쳤다.

하지만 심란한 탓인지, 표정과 제스처는 전날과 사뭇 달랐다.

오타니가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2차전 경기, 8회말 2사 2루 때 내야 땅볼로 아웃되고 있다. (출처: 공동취재단)
오타니가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2차전 경기, 8회말 2사 2루 때 내야 땅볼로 아웃되고 있다. (출처: 공동취재단)

 지구 최고의 야구 선수인 오타니가 타석에 등장할 때마다, 큼지막한 타구를 띄울 때마다, 고척돔이 팬들의 탄성으로 가득 찼다. 

큰 포물선이 펜스를 넘기지 못하고 떨어질 땐 탄식이 쏟아졌다. 

미국과 일본에서 활동한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우에하라 고지와 같은 일본의 전설적인 투수, 명포수 후루타 아쓰야, MLB의 살아 있는 레전드이자 명예의 전당 입회자 켄 그리피 주니어 등 대스타들이 한국을 찾았다.

MLB 올스타전이 아니라면 한데 모으기 어려운 야구 스타들이다. 

이 ‘별중의 별’들이 서울에 대거 집결한 것도 오타니 덕분이다.

한국 팬들은 오타니와 동료 빅리거의 수준 높은 실력을 직접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오타니의 한국 사랑도 고마웠다. 겸손함은 교훈을 안겼다. 

축제는 끝났지만, 오타니의 추억은 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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