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싱가포르 에어쇼에 참석한 독일 공군 장병들. (출처: 연합뉴스)
지난달 싱가포르 에어쇼에 참석한 독일 공군 장병들. (출처: 연합뉴스)

독일 검찰이 지난달 발생한 공군 수뇌부 도청사건과 관련해 사실상 러시아 정보당국을 상대로 수사에 나섰다.

2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연방검찰청은 도청이 의심되는 '정보기관 활동'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방검찰 대변인은 현지언론 RND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자체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실상 러시아 정보당국을 도청 주체로 지목한 바 있다.

지난 1일 러시아 국영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이 공개한 화상회의 녹취에는 "타우러스로 크림대교를 공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두 나라 사이에 파문을 일으켰다.

문제의 녹취는 잉고 게르하르츠 독일연방 공군 참모총장과 작전·훈련 참모인 프랑크 그래페 준장, 또 다른 장교 2명이 지난달 19일 화상회의 플랫폼 웹엑스에서 나눈 대화로 알려졌다.

독일 국방부는 당시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던 그래페 준장이 암호화 기능이 적용되는 웹엑스 애플리케이션 아닌 전화로 회의에 참여하는 바람에 대화가 새어나간 것으로 파악했다.

연방검찰에 앞서 도청 경위를 조사한 군사정보국(MAD)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에어쇼 등 행사를 위해 싱가포르에 모인 각국 군 관계자를 상대로 감청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했다.

시사매체 슈피겔은 러시아 정보당국이 휴대전화 트래픽을 가로채는 도청장치 'IMSI(국제모바일가입자식별번호) 캐처'를 싱가포르의 호텔 주변에 설치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지난 5일 도청의 빌미를 제공한 장교들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예비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실수를 했든 안했든 최고의 장교들을 내쫓을 생각은 없다. 그게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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