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에만 황대헌에 세 차례 반칙 당해… 황대헌 “경쟁 중 발생” 해명

박지원(서울시청)이  2024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19일 오후 입국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0
박지원(서울시청)이 2024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19일 오후 입국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0

[천지일보=강태산 기자] ‘말많고 탈많은’ 한국 빙상계가 또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쇼트트랙 국가 대표팀에서 함께 뛰고 있는 ‘세계 1위’ 박지원(서울시청)이 후배 황대헌(강원도청)의 반칙으로 메달 획득과 국가대표 자동 선발 기회를 놓쳤다. 문제는 같은 선수가 동일 인물로부터 올시즌 세번씩이나 반칙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특정 선수들 사이에 연달아 반칙이 일어나는 경우는 다른 나라 선수들끼리도 흔하지 않다. 황대헌은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황대헌의 반칙에 고의성이 있는 게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쇼트트랙은 그동안 한국 스포츠계의 효자 종목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골치덩어리’였다. 평창 올림픽을 즈음해서는 심석희와 관련된 성추문이 일었고, 그 이전에도 대표 선발과 코치 선수들 간의 암투와 갈등, 대표 선수의 귀화 등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다.

박지원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황대헌에 밀려 넘어져 금메달을 놓치고 차기 시즌 국가대표 자동선발권까지 날려버렸다.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뿐아니라 선수 생명에도 위기를 맞았다. 

박지원은 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돌아왔다. 목에는 보호대를 하고 팔에 붕대를 감은 채였다.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박지원은 대회 1000m 결승에서 대표팀 동료 황대헌에 밀려 넘어져 펜스에 강하게 부딪혔다. “속이 울렁거리는 현상이 계속돼서 목을 고정을 해놓았다. 의료진이 안정을 취하라고 했다. 목과 머리에 충격이 컸는지, 신경통이 계속된다”고 호소했다.

1000m 결승 경기 후 ‘황대헌이 직접 사과했느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에 대해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전 시즌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는지 묻자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언급을 피했다.

박지원(오른쪽)이 19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 후 인터뷰를 마친 후 황대헌을 지나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지원(오른쪽)이 19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 후 인터뷰를 마친 후 황대헌을 지나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지원은 두 시즌 연속 월드컵 종합 랭킹 1위를 차지해 크리스털 글로브를 들어 올린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남자 계주 은메달 1개에 그쳤다. 남자 1500m 결승과 1000m 결승에서 황대헌과 충돌한 탓이다. 

1500m 결승에서 선두를 달렸지만 결승선 2바퀴를 남기고 3위로 쫓아오던 황대헌과 부딪쳐 밀려나면서 최하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황대헌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됐다.

이어 1000m 결승에서도 박지원은 결승선까지 3바퀴를 남기고 세 번째 곡선주로에서 빠른 스피드로 인코스를 파고들어 황대헌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황대헌이 손으로 밀면서 중심을 잃고 미끄러져 펜스와 강하게 충돌했다.

황대헌(왼쪽 뒷쪽) 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지원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황대헌(왼쪽 뒷쪽) 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지원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지원은 지난해 10월 ISU 월드컵 1차 대회에서도 황대헌이 뒤에서 밀쳐 메달이 무산된 바 있다. 2년 연속 크리스털 글로브를 수상한 박지원은 차기 시즌 국가대표 자동선발권이 걸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기대를 품었으나,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오는 4월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야 하는 박지원은 “중요하다고 간절하게 준비하기보다는 지금처럼 꾸준하게 열심히 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대헌이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황대헌이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황대헌은 귀국 후 인터뷰에서 “서로 경쟁하던 상황이었다. 시합을 하다보면 충분히 많은 상황이 나온다.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대상이 대한민국 선수고, 지원이 형이어서 되게 마음도 안 좋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뒤 한동안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 

박지원을 향한 ‘계속된 반칙’에 대해 황대헌은 “절대 고의로 그런 건 아니니 너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쟁하다 그런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1000m 결승이 끝난 뒤 부상당한 박지원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서로 경쟁하다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황대헌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와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재정비해서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황대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의구심과 불신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팬들은 고질적인 편가르기와 도가 지나친 내부 경쟁 등 쇼트트랙의 곪은 곳이 또 언제 다시 터져 나올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황대헌이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황대헌이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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