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 인기에 풍수도 주목
선조들, 좋은 땅 찾으려고 노력
가문번성 하고 복 누린다 믿어

천만 관객을 눈앞에 둔 영화 ‘파묘’ 스틸컷 ⓒ천지일보 2024.03.18.
천만 관객을 눈앞에 둔 영화 ‘파묘’ 스틸컷 ⓒ천지일보 2024.03.18.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땅이야 땅. 우리 손주들이 밟고 살아가야 할 땅이라고!”

영화 ‘파묘’에서 지관(地官) 김상덕(최민식 분)이 외치는 대사다. 오래된 묘지를 파헤치며 겪는 사건을 담은 오컬트 영화 ‘파묘’가 올해 첫 천만 영화 등극을 앞둔 가운데 우리 선조들이 중시했던 ‘명당 찾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명당에 모신 조상 덕에 가문이 번성하고 후손이 복을 누린다고 믿었으며, 이에 관련한 다양한 기록을 옛 문헌에 담아 놓았다.

◆풍수지리 중시한 선조들

예로부터 선조들은 ‘풍수(風水)’를 중요시했다. 풍수는 음양오행설을 기반으로 하여 땅에 관한 이치를 이해하는 전통적 논리구조를 뜻한다. 여기서 ‘풍(風)’은 기후와 풍토를, ‘수(水)’는 물에 관한 모든 것을 나타낸다. 풍수지리에 따른 명당이라하면 ‘배산임수(背山臨水)’와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가 떠오른다.

선조들은 풍수를 통해 땅 속에 흐르는 ‘생기’를 사람이 받아들여 복을 받고 화를 피하고자 했다. 좋은 기운을 받으면 복을 받고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믿었으며, 기운이 좋은 곳에 집을 지으면 대대로 번영을 누리고, 도읍을 정하면 나라가 번창하리라 믿었다. 또한 조상의 묘소를 잘 쓰고 관리하면 좋은 인재가 많이 난다고 믿었다.

주자대전 (출처: 소수박물관) ⓒ천지일보 2024.03.18.
주자대전 (출처: 소수박물관) ⓒ천지일보 2024.03.18.

중국의 성리학자 주희의 문집인 ‘주자대전(朱子大全)’은 주자의 저술이 대부분 망라돼 있으며, 조선에서는 이황의 편찬본을 토대로 1575년 간행했다. 주자가 송나라 효종의 능과 관련해 광종에게 올린 ‘산릉의장(山陵議狀)’은 조선의 성리학자들이 풍수지리설에 따라 부모의 묘를 정하는데 영향을 줬다. 주자는 죽은이의 형체를 온전하게 하고 신령을 편안하게 하면 자손이 융성하고 제사가 끊이지 않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며 좋은 땅에 조상의 묘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청오선생장경’은 조선사회에서 풍수지리학의 중요 문헌으로 여겼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청오경’이라는 이름을 언급하며 ‘지리의 원조’라고 규정했다. 이 문헌은 또다른 풍수지리학 문헌인 ‘금낭경(錦囊經)’과 함께 교육의 핵심적 위치를 차지했다. 특히 조선 과시(科詩)에서 배강(背講, 책을 보지 않고 외우는 것)으로 시험을 칠 정도로 중요시 여겨졌다.

‘동국비결’은 우리나라 각 지역에 숨은 명당을 수록한 책이다. 대표적인 비결지로 정감록에 등장하는 ‘십승지(十勝地)’가 있다. 비결서를 믿고 이상향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을 비결파라고 불렀다.

‘승지화도’는 풍수지리설의 관점에서 산수 자연계의 아름다움이 있는 곳을 찾아 그린 책이다. 주로 정람록과 같은 비결서에 언급된 장소를 답하고 그려진다.

승지화도 (출처: 한국족보박물관) ⓒ천지일보 2024.03.18.
승지화도 (출처: 한국족보박물관) ⓒ천지일보 2024.03.18.

◆명당을 그려낸 ‘산도’

조상들은 후손의 번영을 조상의 음덕으로 여겼다. 이에 선조들은 명당을 찾아 부모의 유해를 모시고, 그 자리를 기억하기 위해 산도(山圖)를 그렸다. 산도는 조상을 좋은 땅에 편안히 모시고자하는 ‘유토피아’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한산이씨 호장공묘도’는 한산이씨 분산도에 수록된 산도다. 한산이씨는 고려 호장(戶長)을 지낸 이윤경을 시조로 한다. 호장공 묘는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의 한 산기슭에 있으며,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金鷄抱卵) 형국의 명당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묘의 발복으로 가정 이곡, 목은 이색, 토정 이지함, 아계 이산해 등을 배출했다고 한다.

‘대전광역시 산도’는 대전의 산과 물을 풍수지리의 관점에서 그린 그림이다. 대전시청에서 보이는 산의 모습을 오행에 따라 보문산을 목성사(木星砂), 대둔산과 계룡산을 화성사(火星砂), 금병산을 토성사(土星砂), 계족산과 식장산을 금성사(金星砂), 구봉산을 수성사(水星砂)로 묘사해 장풍국(藏風局, 풍수에서 바람의 기운을 잘 갈무리하는 형국으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를 말함)을 나타냈다.

‘하동정씨 부여릉산하성부원군묘도’는 석성현감을 지낸 정흥인의 묘가 그려진 산도다. 그의 아들은 천문과 역술에 재능이 많았던 정인지다. 정인지가 아버지의 묘를 만든 부여 능산리는 큰 뱀이 개구리를 쫓는 형국이었다. 이에 먹이가 풍부하도록 개구리가 놀 수 있는 연못을 조성하고 와영담(蛙泳潭)이라 불렀다. 뱀의 먹이를 확보한 덕으로 정인지는 많은 재물을 축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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