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투여한 팀 주치의, 코치는 징계도 안 받아

카밀라 발리예바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카밀라 발리예바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천지일보=강태산 기자] ‘은반 위의 요정’이 아니라 ‘약쟁이’였다.  

반도핑 규정 위반으로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러시아의 피겨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17)가 만 13세부터 15세까지 무려 56가지 약물을 투여받았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결문을 인용해 이 사실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 팀 주치의 3명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2년 동안 발리예바에게 심장약, 근육강화제, 경기력 향상제 등을 칵테일처럼 섞어서 투여했다”고 전했다. 

발리예바가 양성 반응을 보인 약물 목록에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엑디스테론, 폐활량을 개선하는 하이폭센, 지방을 에너지로 만드는 L-카르니틴, 근력을 향상시키는 아미노산 보충제 크레아틴, 피로감을 줄이는 스티몰 등이 포함됐다.

발리예바 측 의료진은 CAS에 “발리예바가 14세 때 심장병 진단을 받았고, 이에 심장약을 복용했으며 도핑 양성 반응 물질은 치료제 혼합물의 일부”라고 해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 타임스는 러시아의 조직적인 약물 투여를 의심했다.

이 매체는 “발리예바에게 약물을 투여한 3명의 의료진 중 한 명인 필리프 슈베츠키 박사는 2010년부터 러시아 피겨 대표팀과 함께한 인물”이라며 “그는 2007년 러시아 조정 대표팀의 팀 주치의로 활동하다가 선수들에게 금지 약물을 투여한 혐의로 2년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발리예바는 징계받았으나 정작 세 명의 팀 주치의와 러시아 피겨 대표팀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 올리비에 니글리 사무총장은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편에선 발리예바가 약물 투여를 주도한 어른들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됐다”고 전했다. 

발리예바는 2022년 2월에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를 앞두고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WADA는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사건 조사를 미루자 2022년 11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RUSADA와 발리예바를 제소했다.

 CAS는 지난 1월 발리예바에게 4년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발리예바는 “할아버지가 알약을 으깨려고 사용했던 도마에서 준비한 디저트용 딸기 때문에 약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거짓 주장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러시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조직적으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약물을 투여해 왔다.

스포츠를 체제 선전 수단으로 여기는 러시아는 선수들에게 약물을 투여해서라도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한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약물 투여에 나서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은 항거하거나 외부에 알릴 엄두를 내지 못한다.

러시아는 선수들의 약물 복용 등으로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 왔다. 

전체주의 국가에서 행해지는 이같은 약물 남용은 자국 선수들뿐 아니라 세계 스포츠 무대를 오염시키고 스포츠 정신과 가치를 훼손하는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만행이다. 

러시아는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약물 테러도 서슴지 않는 ‘골치 아픈’ 국가다.  

검을 든 자는 검으로 망한다고 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