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 뿌듯”… “다른 선수들도 희망 가지길”

울산 주민규가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2차전에서 침투하는 동료를 향해 패스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울산 주민규가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2차전에서 침투하는 동료를 향해 패스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강태산 기자] “포기하지 않는 나 자신이 뿌듯하다.”

은퇴할 시점을 생각할 수도 있는 서른 중반의 나이. 그러나 새내기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선택을 받았다. 

‘K리그 득점왕’ 주민규(33)가 ‘마침내’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역대 가장 많은 나이에 최초 태극 마크를 단 주인공이 됐다.

팬들은 국내 무대 최고 골잡이의 국가대표 선발을 간절히 원해 왔고 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늘 허망했다. 

외국인 감독들은 주민규를 외면했고 K리거들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맡은 황선홍 U-23 대표팀 감독이 팬들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 주었다.

주민규의 오랜 기다림도 마침내 환한 웃음으로 결실을 맺었다.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이 열린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관중석에는 ‘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전날 발표된 3월 A매치 국가대표 명단에 포함된 공격수 주민규와 풀백 이명재를 축하하는 걸개였다.

주민규를 향한 팬들의 함성은 어느 때보다 크고 기운이 넘쳤다.

주민규는 2021, 2023 시즌 득점왕에 오르는 등 최근 수년간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활약하며 끊임없이 물망에 올랐으나 번번이 외면받은 끝에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런 그를 향한 팬들의 진정어린 축하와 응원의 목소리가 울산의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주민규는 발표일 기준 33세 333일로, 역대 가장 많은 나이에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는 기록을 남겼다.

주민규는 큰 기쁨에도 발표 당일엔 담담하게 말을 아꼈다. 이날 전북과의 경기가 자신에게는 더 중요하다며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주민규는 이날 현장을 찾은 황선홍 대표팀 임시 감독 앞에서 선발로 출전해 후반 42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빈 뒤에야 환히 웃었다.

12일 챔피언스리그(ACL) 8강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2차전에서 울산 주민규가 전북 이수빈과 볼을 다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2일 챔피언스리그(ACL) 8강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2차전에서 울산 주민규가 전북 이수빈과 볼을 다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주민규는 “굉장히 오래 걸렸다. 그동안 상처도 많이 받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는데 몇 시즌을 준비하며 끝까지 하다 보니 열매가 맺어져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또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와이프가 ‘고령 오빠’라고 놀리면서도 ‘어쨌든 1등이지 않냐’고 해줘서 기분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더 젊을 때 대표팀에 들어갔다면 좋았겠지만, 그땐 제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이 나이에 들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팬들이 누구보다도 제가 대표팀이 가기를 원해왔고, 우리 팀뿐만 아니라 K리그를 좋아하시는 팬들이 제게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버틸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했다.

황선홍 감독도 현역 시절 국가대표 간판 스트라이커였다.

황 감독은 국가대표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주민규에 대해 “지금 3년간 리그에서 5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전무하다. 더 설명이 필요 없다”며 힘을 싣기도 했다.

황선홍 축구 대표팀 감독이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을 찾아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2차전을 지켜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황선홍 축구 대표팀 감독이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을 찾아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2차전을 지켜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주민규는 “그동안 어떻게 더 해야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나 ‘현타’가 오기도 하고 실망도 많이 해서 자신감도 떨어졌는데, 감독님의 말씀을 기사로 보고 인정받아 무척 기뻤다”고 밝혔다.   

이어 “포기하지 않으니 꿈을 이뤘다. 다른 선수들도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주민규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에 출전하면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전 기록(33세 343일)도 세운다.

주민규는 대표팀 분위기 적응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주민규는 “막내라고 생각하면서 ‘머리 박고’ 열심히, 진짜 간절하게 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손흥민(토트넘)과의 만남에 대해선 “세계 최고의 선수 아니냐. 짧지만 그 시간 동안 붙어 다니면서 장점을 배워볼 생각”이라고 기대했다.

황 감독의 지도를 받게 된 데 대해서도 기쁜 마을을 숨기지 않았다.

“기대되고 영광으로 생각한다. 어떻게 많은 골을 넣으셨는지 스킬과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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