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클린스만 외면한 ‘K리그1 득점왕’ 주민규 등 3명 발탁

황선홍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축구회관에서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 대표팀 명단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황선홍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축구회관에서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 대표팀 명단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강태산 기자] 국내무대에서 뛰고 있는 K리거들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충분한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도 대표팀으로부터 외면 받아왔던 K리거들이 ‘황선홍호’에 승선하면서 진가를 발휘할 기회를 얻었다.

특히 주민규의 경우 K리그 득점왕으로서 절정의 골 감각을 보여줬음에도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돼 왔던 터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주민규는 이전 벤투 감독과 클린스만 감독 시절에도 늘 대표팀 선발 후보자로 거론됐으며 번번이 명단에서 빠졌다.

언젠가부터 한국 축구 대표팀은 해외파 선수들 중심으로 꾸려지고 관심도 그 선수들에게 집중됐다. 

외국인 사령탑이 계속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서 해외파와 국내파 간의 편차가 더욱 심화됐다. 

외국인 대표팀 감독들은 약속이나 한 듯 K리그 선수들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자신들이 선수로 뛰고 지도자로 활동한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을 데리고 쓰는 게 훨씬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K리그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젖줄 구실을 충실하게 해왔다.

주민규 (출처: 연합뉴스)
주민규 (출처: 연합뉴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4강 탈락의 성적을 내고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에 무관심으로 일관해 비판을 받았다. 

그는 K리그는 안중에도 없었다. 국내 체류 약속을 어기고 해외에 머물며 재택근무를 자청했다. K리그는 볼 가치도 없다는 태도였다. 

벤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의 호성적을 내고 명예롭게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국내파 선수 발굴에 소홀했다는 지적은 피하지 못했다.

그가 한 선수의 몸 상태를 체크하겠다며 지방구단에 내려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애초 그 선수는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상태였다. 당시 이 선수의 몸 상태는 언론에도 오르내릴 정도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벤투는 이 사실을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명재 (출처: 연합뉴스)
이명재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황 감독은 달랐다. 응어리진 K리거들의 한을 풀었다.

그는 울산 HD 스트라이커 주민규와 수비수 이명재, 광주FC의 젊은 미드필더 정호연까지 3명의 K리거를 선택했다.

그들 모두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주민규는 2021년과 2023년 K리그1에서 득점왕에 오를 정도로 출중한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공격수다.

그런 그가 그간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기에 이번 황선홍호 승선은 극적이다.

주민규의 나이는 만 33세다. 한국 축구 대표팀 사상 가장 많은 나이에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기록이다.

이명재의 만 30세도 이 부문 역대 6위에 해당한다.

지난 27일 임시 지휘봉을 잡은 황 감독은 지난 1일 K리그가 개막한 뒤 매일 프로축구 현장을 찾았다.

정호연(왼쪽). (출처: 연합뉴스)
정호연(왼쪽). (출처: 연합뉴스)

1일에는 전북 현대-대전하나시티즌, 2일엔 광주FC-FC서울 경기를, 5일에는 울산과 전북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했다.

9일에는 수원FC-전북 경기를 경기장에서 관전했고, 명단 발표 전날에 열린 10일 서울-인천 유나이티드 경기도 직접 지켜봤다.

그와 함께 대표팀을 지도할 코치진, 그리고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도 현장에서 선수 파악에 나섰다.

황 감독은 이날 명단 발표 뒤 “K리그를 관찰해 현재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염두에 뒀다. 대표팀엔 최고의 선수들이 선발돼야 한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팀이라 코칭스태프가 면밀히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대표팀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계속 정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향후 K리거 선수들의 중용은 다음 감독의 선택에 달렸다.

황선홍 감독이 임시 지휘봉을 내려놓고 후임 대표팀 감독이 누가 될 지 관심을 모으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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