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2020년 2월 8일 바티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에서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2020년 2월 8일 바티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에서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백기’ 등의 단어를 써서 협상 필요성을 제기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풍을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일부 유럽 동맹국들이 교황의 발언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협상 중재에 관해 언급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악이 전쟁을 일으켰을 때 모든 우크라이나인은 방어하려고 일어섰다. 기독교, 무슬림(이슬람교도), 유대인들 모두가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며 “살고자 하는 사람과 당신을 파괴하려는 사람을 사실상 중재하려면 2500㎞ 떨어진 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에는 과거 하얀 벽들로 이뤄진 집과 교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러시아의 포탄에 그을리고 폐허가 됐다”며 “이것은 누가 전쟁을 멈춰야 하는지 매우 역력하게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공개된 스위스 공영 방송 RTS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협상을 촉구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놨다.

교황은 “상황을 보며 국민을 생각하고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며 “패배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을 볼 때 협상할 용기를 갖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중재자 역할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튀르키예가 그 예”라며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협상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백기’ 발언은 우크라이나 동맹국들의 분노도 불렀다.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에 “푸틴에게 자국군을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용기를 가지라고 독려하는 것이 어떠냐?”며 “그러면 협상할 필요 없이 평화가 당장 돌아올 것”이라고 적었다.

에드가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도 엑스에 “악에 맞서 굴복하지 말고 싸워서 물리쳐야 한다”며 “악이 백기를 들고 항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