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 보존처리
15개월간 작업 후 제모습 찾아
현존 병풍들과 구성·배치 유사

‘곽분양행락도’ 보존처리 후 사진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 2024.03.11.
‘곽분양행락도’ 보존처리 후 사진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 2024.03.11.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호화로운 저택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연회를 베푸는 장면은 그림 중앙에 펼쳐져 있고 궁궐을 연상케 하는 가옥에 화려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도 눈에 띈다. 이 그림은 조선 후기 회화인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다. 중국 당나라의 무장 곽자의(郭子儀, 697~781)는 평생을 무관으로 공을 세우며 칭송을 받았을 뿐 아니라 85세의 장수를 누렸다. 여덟 명의 아들과 일곱 명의 딸을 뒀고, 아들과 손자뿐 아니라 사위들도 모두 출중해 높은 벼슬을 했다. 이 그림은 한평생 부귀영화를 누린 노년의 분양왕 곽자의가 가족과 함께 연회를 즐기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독일 민속학박물관 소장품

이와 관련,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 소장 ‘곽분양행락도’에 대한 보존 처리를 마쳤다고 11일 밝혔다.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은 전 세계 민족 생활상과 문화를 소개하는 박물관이다. 라이프치히그라시민족학박물관의 ‘곽분양행락도’는 1902년 독일의 미술상 쟁어로부터 소장기관이 구입해 소장됐다. 미술상이 어떤 방식으로 ‘곽분양행락도’를 입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존 처리를 마친 ‘곽분양행락도’는 8폭으로 제작돼 현존하는 병풍들과 대체로 구성과 배치가 유사하다. 1~3폭에는 집안 풍경과 여인들, 앞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4~6폭에는 잔치 장면, 7~8폭에는 연못과 누각의 모습을 묘사했다.

특히 2폭의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은 남자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묘사한 백자도(百子圖)의 도상의 일부를 차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곽분양행락도’와 백자도의 상호 영향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보존 처리를 위해 국내에 처음 들어올 당시에는 유물 상태가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관계자는 “소장 기관 입수 당시에는 8폭 병풍의 형태였으나 나무틀이 뒤틀림에 따라 그림만 분리하는 과정에서 1면과 8면의 화면 일부가 잘렸다”고 설명했다. 떼어낸 그림은 그간 낱장으로 보관해 왔으나, 15개월간의 보존 처리 작업을 통해 8폭의 병풍으로 장황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다복, 영화로운 삶 담아내 

곽자의가 복락(福樂)을 누린 인물로 관심을 모은 것은 조선 후기부터다. 숙종 대의 궁중에서는 곽자의의 다복과 영화로운 삶을 화폭에 담아낸 ‘곽분양행락도’가 그려졌다. 숙종은 “예로부터 완전한 복을 갖춘 자로는 곽자의를 손꼽으니, 아들 사위 모든 손자들이 전부 다 앞에 있네. 이 병풍의 그림이 우연이 아니니, 오래오래 두고 보아 복수를 누리거라”라며 왕자에게 이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다. 현존하는 ‘곽분양행락도’는 궁중 화원이 그린 것으로 화려한 채색, 세밀한 묘사가 담겨 있다. 조선 말기에도 이 그림은 사대부층이 선호했고 민간으로 전해져 민화(民畵)에도 사용됐다.

한편 재단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국외문화유산 보존・복원 및 활용 지원사업’을 통해 총 10개국 31개 기관을 대상으로 53건의 국외 소재 문화유산을 보존 처리해 현지에서 전시되거나 활용되도록 했다. 재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이 보다 온전히 보존되고 현지에서 널리 소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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