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거 ‘두뇌 유출’ 방지”
대학생 “부유층에 학위 장사”

(출처: AF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의회 앞에서 사립대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출처: AF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의회 앞에서 사립대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천지일보=방은 기자] ‘무상교육의 나라’ 그리스에서 사립대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A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전날 사립대 도입 법안을 표결한 끝에 전체 의원 300명 가운데 159명의 찬성으로 가결 처리했다. 새 법안은 사립대에서 취득한 학위를 공립대 학위와 동등하게 인정하고 해외사립대가 비영리 단체 자격으로 그리스에 분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개혁안으로 해외사립대 캠퍼스를 유치해 청년 인재가 대거 해외로 떠나는 ‘두뇌 유출’ 사태를 막아보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공립대의 관료주의로 인한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들과 경쟁할 사립대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번 법안이 수만명의 그리스 학생들이 해외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 법안이 그리스를 유럽연합의 나머지 국가들과 조화시키고 고등교육 분야의 경쟁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이번 법안이 무상교육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부족한 공립대에 대한 정부 지원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는 연간 경제 생산량의 3~4%를 교육에 지출하는데, 이는 EU 평균보다 낮다. 야당은 또한 EU에선 학생 13명당 강사 1명이지만 그리스는 학생 47명당 강사가 1명이라는 점을 들어 공립대 지원이 더 급선무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날 오후 수천명의 학생들은 의회 밖에서 ‘사립대학 반대’라는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립대 도입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소수를 위한 교육은 안 된다. 모두를 위한 무상 교육”이라고 외쳤다.

시위 도중 본진에서 이탈한 일부 대학생은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등 폭력 시위도 벌였다. 이에 경찰은 최루탄으로 시위를 진압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경찰관 7명을 포함해 16명이 다쳤고, 3명이 체포됐다.

시위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부유한 학생들은 더 낮은 성적으로도 사립대에 입학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그냥 돈을 내고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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