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싱글 최초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
차준환 독주 국내 남자 싱글 무대 새 바람

서민규가 2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대한빙상경기연맹)
서민규가 2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대한빙상경기연맹)

[천지일보=강태산 기자] 한국 남자 피겨의 샛별이 떠올랐다. 

김연아 이후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피겨스케이팅에 희망의 싹이 피어오르고 있다.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우승한 김연아를 보면서 자란 ‘김연아 키즈’들이 이제 김연아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여자 피겨의 경우 제 2의 김연아를 꿈꾸는 후진들이 꾸준히 배출됐다.

타고난 재능과 함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 덕분에 성과도 많이 내고 있다.

여자 싱글은 유영, 김예림, 임은수, 이해인, 신지아 등이 대표적이다. 

남자 싱글은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남자 피겨는 김연아처럼 큰 성과를 낸 적도 없었다.

차준환이 그나마 세계 정상권에 도달하며 명맥을 이어왔다.

남자 싱글의 새 싹이 절실했던 상황이다. 

차준환은 휘문중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 10년 가까이 독주를 이어갔다. 

피겨 남자 싱글은 선수들이 많지 않고 그만큼 유망주 발굴도 쉽지 않았다. 

2008년생 서민규(경신고 입학 예정)가 목마른 한국 남자 싱글에 단비 같은 소식을 전했다.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다.

서민규는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0.17점, 총점 230.75점을 받아 일본의 나카타 리오(229.31점)를 1.44점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다.

예상하지 못한 성과다.

한국 남자 선수가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2017년 차준환이 세운 5위였다.

여자 싱글을 통틀어도 금메달 획득은 2006년 김연아 이후 18년 만이다.

서민규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민규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3년 7월 1일 기준 만 19세 미만의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는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와 수준 차이가 있다.

지난해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우승자인 우노 쇼마(일본)는 총점 301.14점을 받았다.

서민규의 최종 총점을 지난해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대입하면 18위 수준이다.

그러나 서민규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성장세를 고려하면, 한국 피겨에 희망을 쏘아올린 것은 분명하다. 

서민규는 2023-2024시즌 이전까지 국제대회에서 세 바퀴 반을 회전하는 트리플 악셀 점프를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비시즌 기술력을 눈에 띄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9월 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완벽하게 장착한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 개인 최고점 231.30점을 받으며 차준환 이후 7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감을 끌어올린 서민규는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 단독 점프를 성공해 1위에 올랐고, 프리스케이팅에선 트리플 악셀에 더블 토루프 점프까지 붙이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훌륭하게 수행하며 한국 최초의 성과를 거뒀다.

연기력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이날 고등학교를 입학하지 않은 어린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섬세한 연기를 펼쳐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 받은 예술점수는 76.72점으로 은메달리스트 나카타(73.63점)보다 3점 이상이 높다.

서민규가 향후 기술 훈련을 통해 고난도 4회전 점프를 차근차근 장착하고 표현력을 키운다면 시니어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차준환의 후계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서민규는 이날 경기 후 “처음 출전한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것이 꿈만 같다”며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가 하나 나와서 아쉽지만, 뒤에 있는 과제들을 집중해서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남자 싱글의 비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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