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3개 EU 40개 ‘韓 257개’
국제인증과 중복된 인증 폐기
민간서도 인증할 수 있게 허용
“年1527억원 기업 부담 완화”

국조실 2차장. 2024.02.27.
국조실 2차장. (연합뉴스) 2024.02.27.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정부가 257개 법정 인증 규제를 원점에서 재정비해 기업 부담을 줄이고, 기업 스스로 기술을 인증하고 책임지는 ‘자기적합성선언’을 도입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이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인증규제 정비방안’을 논의, 각 부처에 통보했다고 총리실이 이날 밝혔다. 이번 정비는 인증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민간 활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257개의 법정 인증에 대해 실효성이 낮거나 유사·중복되는 인증을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통합한다. 미국(93개), 유럽연합(40개), 중국(18개), 일본(14개) 등 해외 주요 국가 수준으로 대폭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제인증과 중복되거나 환경변화 반영에 미흡한 등 실효성이 낮은 24개 인증은 폐기했다. 유럽의 코스모스(COSMOS) 국제인증을 따르는 천연·유기농 화장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국내 인증이 기업에 이중 부담이 된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지난 2015년 도입된 후 1건도 사례가 없던 차(茶) 품질 인증이라든지 규제 범위가 뚜렷하지 않은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 인증 등도 없애기로 했다.

또 국토교통부의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과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처럼 내용이 비슷한 인증은 하나로 합쳐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있다. 이렇게 통합한 유사·중복 인증은 8개다. 이외 66개 인증 제도는 비용을 낮추거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이로써 정부는 법정 인증 규제 10개 중 7개(73.5%)에 이르는 189개 규제를 개선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기업이 절약하는 비용만 연간 1527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특히 기업이 직접 인증 기준을 확인하거나 시험기관의 확인을 받아 스스로 인증을 부여하는 자기적합성선언(DoC) 제도를 도입한다.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인증 품질을 관리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은 인증 제도 자체가 14개밖에 안 되는데 우리나라 규제는 257개로 10년 전부터 100개 정도 늘었다”며 “잘못된 운영은 바로잡고 남아 있는 제도는 진짜 소비자와 업체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운영해보겠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나 비영리기관 주도의 인증기관을 민간 기관으로 확대하는 등 인증기관 확대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전기용품 인증기관 지정 기준을 영리법인까지 확대하고 방송통신기자재 인증은 민간 인증기관으로 옮긴다. 소화기 성능인증 및 형식인증도 복수의 인증기관을 허용해 기업들이 다양한 인증기관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시행령도 뜯어고친다. 인증 총괄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과 소관 부처 간 인증에 대한 다른 해석들이 남아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공 조달 낙찰 가점 체제를 정비해 벤처·중소기업의 인증 부담을 줄인다. 공공 조달에 참여하고자 불필요한 인증을 취득해야 하는 현재의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서다.

이번 인증 제도 규제개선 조치가 기업의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번 인증 제도 규제개선 원점에서 검토해 인증을 통폐합하고 나아가 향후 무분별한 인증제 신설을 방지하는 체계까지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개선방안에 대한 부처별 세부 추진상황을 반기별로 점검하고 정부 업무 평가 결과에 반영하는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0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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