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 이틀째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중앙홀의 SK 전시관을 찾아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발작을 예측 감지하는 디지털 헬스기기 제로 글래스를 착용해 보고 있다. 2023.1.7 (출처: 연합뉴스)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 이틀째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중앙홀의 SK 전시관을 찾아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발작을 예측 감지하는 디지털 헬스기기 제로 글래스를 착용해 보고 있다. 2023.1.7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SK그룹이 올해 글로벌 거점을 확대하고 계열사들의 솔루션을 묶어 동반 진출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 주력한다.

최태원 SK 회장은 주요 글로벌 경제블록별 조직 구축과 그룹 차원의 솔루션 패키지 개발 등 기민한 대응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주문하며 위기 돌파 의지를 강조해왔다. 이에 SK CEO들은 그룹 차원의 글로벌 사업 경쟁력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SK그룹은 2010년 중국에 설립한 SK차이나와 같은 그룹 통합법인을 다른 거점 지역에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 반도체, HBM 선두권으로 올라서며 미래 준비 착착

글로벌 사업의 선봉은 반도체다. 지난해 SK그룹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에서 글로벌 수요 감소 등에 따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경쟁사보다 앞서 준비한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인기로 수요가 늘며 내년 흑자 전환의 가능성을 높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부터 HBM3E 개발을 완료, 성능 검증을 위해 글로벌 유수 기업에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HBM3E는 현존 최고 사양인 4세대 제품(HBM3)에 이은 5세대 제품으로, SK하이닉스는 2021년 세계 최초로 HBM3를 개발, 2022년 양산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에 HBM3 24㎇ 샘플을 제공해 성능 검증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도시바 낸드 사업에 이어 인텔 낸드 사업(현 솔리다임)을 인수하고, 미국 연구·개발(R&D) 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반도체 생태계 구축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사업에 있어 SK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DNA’를 바탕으로 투자에 더 과감하게 나서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경영진에게 HBM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최태원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최우진 SK하이닉스 P&T 담당. (제공: SK그룹) ⓒ천지일보 2024.01.0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경영진에게 HBM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최태원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최우진 SK하이닉스 P&T 담당. (제공: SK그룹) ⓒ천지일보 2024.01.04.

◆ 배터리·소재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SK이노베이션, SK머티리얼즈, SKC 등도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반도체, 이차 전지 소재, 그린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유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석유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탄소’ 중심에서 ‘그린’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담은 ‘카본투그린(Carbon to Green)’ 전략을 발표하고, 석유에서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소재 등으로 전폭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꾸준히 투자했던 배터리 사업은 ‘SK온’을 물적분할한 후 2년 동안 매 분기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SK온은 미국 조지아 1·2공장 준공에 이어 2022년 7월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공식 출범해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3개 공장을 짓고 있다. 유럽 헝가리 코마롬시 1·2공장, 헝가리 이반차시 3공장, 중국 창저우·후이저우·옌청 공장을 포함해 지난해 말 연간 88GWh 생산능력을 갖췄고, 2030년까지 70kWh급 승용차 7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500GWh 규모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왼쪽)과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가 5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기공식에서 H빔에 서명을 하고 있다. (제공: SK온) ⓒ천지일보 2022.12.06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왼쪽)과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가 5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기공식에서 H빔에 서명을 하고 있다. (제공: SK온) ⓒ천지일보 2022.12.06

배터리 분리막 사업을 영위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습식분리막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충북 증평, 중국, 폴란드에 연산 약 15억 3000만㎡ 규모의 분리막 생산공장을 갖춰 전기차 배터리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 경쟁력 확보하고 있다.

폴란드 2공장은 조만간 상업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며, 3, 4공장은 올해 완공 예정이다. 4공장까지 가동이 시작되면 폴란드에서만 유럽 최대 규모인 15억 4000만㎡의 분리막을 생산하게 된다. 이는 전기차 약 205만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내 분리막 생산 규모다.

배터리 주요 소재 중 하나인 동박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SKC는 지난해 말 전북 정읍에 6공장을 완공하고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SKC는 지난 2020년 SK넥실리스를 인수한 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정읍 5, 6공장을 잇달아 증설하며 기존 연산 3만 4000톤(t)에서 5만 2000t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최첨단 시설과 기술을 확보한 신규 정읍 공장에서 생산된 고품질 동박은 글로벌 톱 배터리사에 공급돼 ‘글로벌 동박 1위 회사’ 입지를 공고히 하는데 발판이 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3’이 열렸다. SK온 부스에 지난 1월 세계가전전시회(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NCM9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천지일보 2023.03.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3’이 열렸다. SK온 부스에 지난 1월 세계가전전시회(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NCM9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천지일보 2023.03.15.

◆ 바이오 분야 R&D 연구 지속… 해외 투자까지 확대

바이오 분야에서는 SK바이오텍(글로벌 CDMO 통합법인 SK팜테코의 자회사)은 2022년 9월 세종 단지 내 신규공장 증설을 마치고 가동을 시작했다. SK바이오텍 생산 공장은 증설을 통해 생산역량을 약 190㎥에서 약 290㎥ 규모로 50% 이상 늘렸다. 이는 연간 150t의 원료의약품 생산이 가능한 규모다. SK바이오텍은 당뇨병 치료제,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중추 질환 치료제 등 고부가 가치 원료의약품을 생산해 미국, 유럽, 일본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SK는 미래 핵심 사업으로 ‘그린 사업’ 또한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소 에너지, 소형원자로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 탄소포집, 자원 재활용 등에 관련된 다양한 그린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기술을 확보하는 중이다. 수소, 신재생에너지,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시유전(폐플라스틱 열분해), 폐기물 및 수처리 등 사업이 SK 핵심 성장동력으로 탄력적 성장을 이뤄 나가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지난해 10월 26일 SK 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SKT AI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서 AI 피라미드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 SK텔레콤) ⓒ천지일보 2024.02.28.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지난해 10월 26일 SK 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SKT AI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서 AI 피라미드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 SK텔레콤) ⓒ천지일보 2024.02.28.

◆ AI 확장에도 박차

SK는 AI 시대에 대비해 준비해온 기술과 서비스를 지난해 한층 고도화하며, 신사업군에 AI를 포함했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멀티LLM(거대언어모델)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통신망에 AI를 접목하거나, 모빌리티·헬스케어·미디어 사업에도 AI를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AI 개인비서 서비스인 에이닷(A.)은 올해 아이폰용 통화녹음·AI 통화요약 서비스를 제공하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수면 관리, 뮤직서비스, 실시간 통역 등 다양한 기능을 확대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반도체, AI, 미래에너지 등 그룹 신성장 사업에 대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적기에 추진하겠다”며 “다양한 솔루션을 패키지화하여 글로벌에 확장하는 ‘글로벌 스토리’도 한층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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