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율 90% 표본 개표서 지지율 59%… 결선 투표 없이 당선 유력
경쟁 후보, 승복 선언 없이 “부정행위 발견됐다”며 불복 움직임도

(출처: AP,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대통령 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왼쪽)가 러닝메이트이자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와 함께 지지자들 앞에서 대선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출처: AP,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대통령 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왼쪽)가 러닝메이트이자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와 함께 지지자들 앞에서 대선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방은 기자] ‘인도네시아 첫 문민 대통령’인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에 밀려 두번이나 낙선했던 현 국방부 장관 프라보워 수비안토(72) 후보가 14일(현지시간)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현직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연소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 함께 선거를 치르면서 부정·편법 선거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로이터통신, 인도네시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라보워는 표본 조사 개표 결과 득표율이 60%에 육박하는 것을 확인한 뒤 자카르타 중부 스나얀의 한 체육관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 앞에 나타나 “이 승리는 모든 인도네시아인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인도네시아 최고의 아들딸들로 구성된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립 여론조사업체 포퓰리 센터가 진행한 표본 개표에서 오후 9시 24분 현재 프라보워는 59.21%를 득표하고 있다. 개표율은 95.04%다. 다른 조사기관들도 90% 내외의 개표율을 보이는 가운데 프라보워가 57∼60%의 득표율을 기록,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유권자가 2억 500만명에 달하고 섬 지역이 많은 특성상 사전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지정한 투표소를 표본으로 지정해 선거 결과를 예측한다. 또한 표본 조사 집계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 결선 투표 없이 1차 선거에서 차기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다.

이에 프라보워가 승리를 선언했지만 25%의 득표율을 얻은 2위 아니스 바스웨단(54) 전 자카르타 주지사는 자신의 팀이 공식 결과를 기다리고 국민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스는 앞서 “체계적이고 대규모 사기에 대한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불복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라보워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집권 10년 동안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경제성장에서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던 조코위 대통령은 군부와 결탁해 사실상 권력 세습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 과정은 편법의 연속이었다. 인도네시아 기존 선거법에 따르면 만 40세 이상만 대통령·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어 조코위 대통령 아들 기브란은 출마할 수 없었지만, 조코위의 매제 안와르 우스만이 이끄는 헌법재판소가 작년 10월 이 법에 선출직에 오른 경력이 있는 자라는 조건을 더하며 기브란의 출마가 가능해졌다. 조코위 대통령은 자신이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지만, 그의 의중 없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또한 투표를 사흘 앞둔 지난 11일 인도네시아 탐사 저널리스트 단디 드위 락소노가 만든 2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 ‘더러운 투표(Dirty Vote)’는 조코위가 프라보워·기브란의 선거 운동을 은밀하게 도왔다고 폭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선거 전날인 13일에는 욕야카르타의 국립 가자마다대학 앞에서 수천명의 대학생이 모여 조코위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번 투표는 친조코위 진영의 승리로 굳어지고 있지만, 국민적 반감이 확산될 경우, 조코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코위 대통령 재임기 동안 인도네시아 경제는 약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8900억 달러(약 1188조원)였던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약 1조 3900억 달러까지 고속 성장했다. 780㎞에 불과했던 고속도로는 3400㎞까지 늘었고, 16개의 공항과 18개의 항구, 38개의 댐이 새로 생겨났다. 이에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이 무려 76%에 달했다. 이런 인기 때문에 일부 지지자들은 3선 도전을 요구했다. 거부 의사를 거듭 밝혔던 조코위 대통령은 ‘명예로운 퇴장’을 할 것처럼 보였지만, 아들의 부통령 출마로 세습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조코위 대통령은 아들을 부통령에 앉히기 위해 프라보워에게 자신의 인기를 빌려줬고, 프라보워는 당선을 위해 러닝메이트로 기브란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아트마자야대 연구원 요에스 케나와스는 NYT에 “조코위 대통령의 진짜 목표는 아들 기브란의 2029년 대선 출마일 것”이라며 “부통령은 이를 위한 견습 기간”이라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내달 20일까지 최종 공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프라보워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 오는 10월 20일 5년 임기의 인도네시아 8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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