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있은 후 주민들이 잔해 주위에 모여 있다. (출처: 뉴시스)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있은 후 주민들이 잔해 주위에 모여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마지막 피란처인 남부 국경 도시 라파에서 이스라엘군 지상 작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규모 민간인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라파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피난 계획이 있다고 밝혔으나 국제사회의 비판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10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성명을 통해 “라파에서 주민 대피를 계획하도록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라파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점령하지 않은 마지막 주요 인구 중심지다. 유엔에 따르면 라파에는 130만명 이상의 주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대부분은 가자지구의 다른 지역에서 피난 온 주민들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8일 이스라엘군이 곧 하마스의 마지막 요새인 라파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 총리실은 9일 발표한 성명에서 라파에 하마스 4개 대대를 남겨두면서 하마스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반면에 라파에서 대규모 작전을 수행하려면 전투 지역에서 민간인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리는 이스라엘군과 국방 시설에 인구 대피와 대대 해체를 위한 이중 계획을 내각에 제출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손된 차량을 주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손된 차량을 주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그럼에도 국제사회와 비정부기구는 라파 공습과 관련 인도주의적 결과를 우려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8일 “미국은 진지한 계획 없이는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9일 “라파 민간인들의 운명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다”며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그들의 의지에 반하는 강제 대량 이주를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 책임자 마틴 그리피스는 “가자지구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며 “라파의 1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수개월 동안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도 이날 “라파는 곧 사람들이 탈출할 수 없는 유혈과 파괴의 지역으로 변할 수 있다”며 “식량, 물, 쉼터를 제공하는 지역에 대한 공격은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더라도 생명을 구하는 지원이 방해받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는 라파에 대피 중인 어린이 60만명 이상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이들 중 상당수가 가자지구의 다른 지역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의 마지막 남은 병원, 대피소, 시장, 수도 시스템이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시설이 없다면 기아와 질병이 급증해 더 많은 어린이가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진입할 경우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호소한다.

모하마드 자말 아부 투어는 9일(현지시간) CNN에 “가자시티에서 일어난 일이 라파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며 “라파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디로 갈까요? 이집트로요? 그들이 우리를 환영할지 아닐지는 오직 신만이 아실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자지구 북부의 알 샤티 난민 캠프에서 피난 온 마흐무드 칼릴 아메르는 라파의 공동묘지 근처 텐트에서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기본적으로 죽은 사람들 옆에서 자고 있다”며 “지옥 같고, 모든 고통이 느껴지고, 우리는 살아 있지 않고, 죽은 자들이 우리보다 낫다”고 말했다.

칸 유니스에서 피난 온 아부 모하메드 엘-헬우는 “라파 주민들은 국경을 열어 내보내지 않는 한 갈 곳이 없다”고 전했다. 또 “주민들이 전쟁으로 지쳐 있다”며 “이스라엘의 위협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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