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외교 리셉션 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외교 리셉션 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과거 부통령 퇴임 시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온 특별검사로부터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분노하며 반격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오후 8시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일 공개된 자신의 기밀문서 유출 의혹 관련 특검 조사 결과와 관련 “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했으며 “내 기억력은 좋다(fine)”고 주장했다.

그는 아들이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검은 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퇴임 당시 고의로(willfully) 기밀문서를 유출해 보관해왔지만 그를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불법 문서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한 로버트 허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재직한 후 아프가니스탄의 군사 및 외교 정책과 관련된 기밀문서를 부적절하게 보관했다고 판단했다.

이날 공개된 34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또한 대통령의 기억력에 ‘상당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나이와 정신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반박하려 했지만, 실수로 이집트 지도자 압델 파타 엘시시를 ‘멕시코의 대통령’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전쟁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요청에 그는 처음에 “아시다시피 멕시코의 시시 대통령은 인도주의 물품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지 않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허 특검은 조사의 일환으로 81세의 바이든 대통령을 5시간에 걸쳐 면담했다. 이 면담에서 허 특검은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2009~2017년)이나 아들 보가 사망한 몇 년 전(2015년)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면담 당시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직후여서 국제적 위기에 대처하느라 매우 바빴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필로 쓴 노트의 민감한 자료 중 일부를 회고록의 대필 작가와 공유했다고 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다.

특검은 “재판에서 바이든은 면담 때와 마찬가지로 배심원단에게 측은하고 선의를 가졌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부적절한 문서 처리로 대통령을 유죄 판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불법 문서 유출의 증거들이 유죄라는 것을 입증하지는 않는다며 불기소 방침을 확인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중간선거 직전인 지난 2022년 11월 싱크탱크 ‘펜 바이든 센터’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서 그의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가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가 뒤늦게 터져 나오며 불법 문서 유출 논란에 휘말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러라고 자택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편지를 비롯해 다수의 기밀 문건을 유출해 불법 보관해오다가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받는 등 전직 대통령의 기밀문서 보관 문제가 논란이 된 뒤 벌어진 일이다.

백악관은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유출 사실을 인정하면서 당국의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후 윌밍턴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저에 대한 수색 과정에서 기밀문건이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파문이 커지자 법무부는 지난해 1월 전직 검사인 한국계 허 변호사를 이번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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