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기업 탄소중립·전력 조사
“전기사용 증가 2배 이상될 듯”
발전원 선택 고려 1위는 ‘가격’

탄소중립.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3.15.
탄소중립.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3.15.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최근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 등의 변화 속, 제조기업들이 2050년 ‘탄소중립’을 쫓아가면서 이들의 전기 사용량이 2배 이상 급증할 것이란 조사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50년까지 기업별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전기 사용량은 연평균 5.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 2.2%에 비해 약 2.7배 높은 규모다.

IEA(국제에너지기구) 역시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시 전기 수요가 2022년 대비 2.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공장, 자동차, 난방 등에 사용되던 화석연료를 전기로 바꾸는 '전기화' 기술의 확산 영향이다. IPCC(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전기화를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조사결과 기업들은 발전원 선택 시 가격(66.7%)을 가장 우선시하며, 안정적 공급(21.3%), 친환경(7.3%), 사용 안전성(4.7%) 순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가지 고려요인을 선호 순위에 따라 점수를 매겨 백분위로 환산하면 ‘가격’은 총 87점, 안정적 공급은 68점, 사용 안전성은 50점, 친환경은 46점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반도체 기업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계획에 필요한 전력이 10GW 이상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제조기업들은 전력공급을 저해하는 불안요인이 국제분쟁·고유가(50.3%), 무분별한 전력 소비(17.7%), 한국전력의 막대한 부채(17.0%), 발전 인프라 건설을 둘러싼 주민갈등(13.7%) 등이라고 답했다. 그중 절반이 넘는 제조기업들은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환경 변화에 ‘아직은 아니지만 앞으로 영향을 받게 될 것’, 열에 넷은 ‘이미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탄소중립 이행에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에너지(전기)의 탈 탄소화(40.3%)를 꼽았으며, 공정 효율화(23.7%), 친환경 제품 생산(12.0%) 등이 뒤를 이었다. 또 탄소중립에 따른 전기화 추진 분야로는 공정 전기화(67.3%), 냉난방설비 전기화(38.3%), 제품의 전기화(13.7%) 순으로 관심을 표했다.

아울러 제조기업들은 탄소중립 대비를 위한 전력정책으로 중장기 국가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 유지(31.7%), 관련 지원정책 확대(31.3%), 전력가격의 적정성 유지(29.0%), 전력 시장 구조 및 요금체계 개선(13.3%) 등을 꼽았다.

탄소중립 이외에 AI·반도체·ICT 기술 확산·보급도 전기수요 증가를 더욱 가파르게 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합리적 전기소비 유인을 위해 에너지 절약과 효율에 대한 지원정책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고품질의 충분한 전력공급은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요소”라면서 “최근 반도체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투자 중인 기업이 전력을 적기에 받을 수 있도록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중점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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