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백운계곡 동장군 축제

혹독한 추위 이길 지혜 담아
백운계곡상인협동조합 주관
튜브 눈썰매, 실내 낚시 인기
천정부지 오르는 물가 근심도

[천지일보 포천=김서정 기자] 경기도 포천시 백운계곡 일원에서 ‘제19회 포천백운계곡 동장군 축제’가 내달 12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시민들이 튜브 눈썰매를 타는 모습. ⓒ천지일보 2024.01.30.
[천지일보 포천=김서정 기자] 경기도 포천시 백운계곡 일원에서 ‘제19회 포천백운계곡 동장군 축제’가 내달 12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시민들이 튜브 눈썰매를 타는 모습. ⓒ천지일보 2024.01.30.

[천지일보 포천=김서정 기자] 추워서 더 신나고, 꽁꽁 얼어서 더 즐거운 축제가 열렸다.

경기도 포천시와 백운계곡상인협동조합은 내달 12일까지 이동면 도평리 백운계곡 일원에서 경기도 겨울철 대표 낭만축제인 ‘제19회 포천백운계곡 동장군 축제’를 개최한다.

포천백운계곡 동장군 축제는 겨울철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경기도 대표 겨울축제다. 이번 축제는 포천시가 주최하고, 백운계곡상인협동조합이 주관한다.

축제 이름인 동장군(冬將軍)은 겨울 장군이라는 뜻으로 혹독한 겨울 추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여기에는 모진 추위를 물리치고자 하는 지역 주민들의 마음과 계곡 여름 한 철 장사를 겨울까지 확대한 백운계곡 주변 소상공인의 슬기로운 지혜가 함께 담겼다.

입김 나오는 맹추위 속에서 새하얀 빙벽과 계곡의 청량함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눈썰매, 얼음낚시, 팽이치기 등 어른들의 추억 속 겨울놀이와 함께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회전목마, 미니바이킹, 기차, 에어바운스 등을 운영해 이곳을 찾는 이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선사한다.

[천지일보 포천=김서정 기자] 경기도 포천시 백운계곡 일원에서 ‘제19회 포천백운계곡 동장군 축제’가 내달 12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시민들이 전통썰매를 타는 모습. ⓒ천지일보 2024.01.30.
[천지일보 포천=김서정 기자] 경기도 포천시 백운계곡 일원에서 ‘제19회 포천백운계곡 동장군 축제’가 내달 12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시민들이 전통썰매를 타는 모습. ⓒ천지일보 2024.01.30.

◆꽁꽁 언 계곡물서 체험하는 전통썰매

지난 27일 천지일보가 축제현장을 찾았다. 병풍처럼 펼쳐진 설산을 따라오면 광덕산과 백운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흘러내리는 청량한 물들이 모여 이룬 골짜기인 백운계곡 입구가 나온다.

이곳에서 ‘흰눈 펑펑! 얼음 꽁꽁! 가자! 포천 백운계곡!’이라는 슬로건으로 포천 백운계곡 동장군 축제에 남녀노소 국적불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약 9920㎡(약 3000평) 규모의 부지에 겨울 여행 테마로 다채로운 체험 행사와 먹거리, 관람 행사 등이 준비돼 있었다.

입장과 동시에 보이는 7m 높이의 빙벽은 관광객들의 탄성을 끌어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꽁꽁 얼어붙은 계곡물 위에서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전통썰매를 타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그 옛날 시골 빙판길에서나 탈법한 전통썰매여서 그런지 아이들과 부모들의 표정은 기쁨 그 자체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튜브 눈썰매다. 120m 길이의 눈썰매장은 눈썰매를 타며 계곡과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관람할 수 있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인기다.

​[천지일보 포천=김서정 기자] 경기도 포천시 백운계곡 일원에서 ‘제19회 포천백운계곡 동장군 축제’가 내달 12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아이들이 회전 썰매를 타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4.01.30.
​[천지일보 포천=김서정 기자] 경기도 포천시 백운계곡 일원에서 ‘제19회 포천백운계곡 동장군 축제’가 내달 12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아이들이 회전 썰매를 타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4.01.30.

현장에서 안전관람 요원은 “내려갈 때 발을 땅에서 떼면 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위험할 수 있으니 발을 떼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었다.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모자가 벗겨지기도 하고 볼과 코가 빨개졌지만, 온종일 눈썰매를 즐기느라 연신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관람객이 많았다.

아르나(45, 남, 경기도 양주시)씨는 “아이들이 SNS로 동장군 축제를 알게 돼서 왔는데, 눈썰매와 유로번지를 정말 좋아한다”며 “가족들과 함께 오니 정말 좋다. 스리랑카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동심을 저격하는 이글루체험, 스릴 넘치는 회전 썰매, 얼음 위에서 치는 팽이치기, 어린이 놀이시설과 추운 몸을 녹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특별한 겨울 추억 실내 체험 마련

다양한 체험놀이와 더불어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실내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천지일보 포천=김서정 기자]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백운계곡에서 제19회 동장군 축제가 열린 가운데 송어 실내낚시 체험장에서 낚시에 성공한 한 아이가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30.
​[천지일보 포천=김서정 기자]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백운계곡에서 제19회 동장군 축제가 열린 가운데 송어 실내낚시 체험장에서 낚시에 성공한 한 아이가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30.

따뜻한 실내에서 빙어와 송어를 낚을 수 있는 낚시 체험장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숨을 죽이며 미끼를 투척하고 있었다. 입질이 오자 물고기를 잡아채며 참았던 환호성을 질렀다.

김민수(가명, 30대)씨는 “숭어회를 사면 3만 5000원인데 아이와 함께 체험하고(2만 5000원) 즉석에서 회를 뜨면(7000원) 3만 2000원이라 아이와 함께 돈 주고도 못 사는 추억도 쌓아 기쁘다. 가격이 참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혹여나 빈손이면 어찌하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사장님이 다 도와주니 걱정하지 말라”고 웃어 보였다.

국밥, 바비큐 등을 즐길 수 있는 먹거리 장터와 군불 앞에서 직접 밤과 고구마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간식존도 눈길을 끌었다. 외부의 웅장한 규모의 얼음기둥은 동장군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전국에서 찾은 관광객들은 나무 얼음기둥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얼어붙은 지갑에 상인 ‘울상’

바가지요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덤터기’ 씌우지 않는 양심적인 축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천정부지로 오르는 물가와 얼어붙은 관광객들의 지갑에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천지일보 포천=김서정 기자]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백운계곡에서 제19회 동장군 축제가 열린 가운데 실내 푸드존에서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30.
​[천지일보 포천=김서정 기자]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백운계곡에서 제19회 동장군 축제가 열린 가운데 실내 푸드존에서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30.

축제를 주관한 백운계곡상인협동조합 관계자들도 걱정 섞은 목소리를 냈다.

백운계곡상인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전보다 금리도 상승하고 높은 물가까지 겹쳐 사람들이 축제 구경만 하고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종진 백운계곡상인협동조합 대표는 “남은 기간 안전관리에 중점을 두고 조합원들과 함께 축제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축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얼음이 더 강하게 얼려면 날씨가 더 추워야 하는데 슬슬 풀리고 있어 걱정”이라며 “2월까지 축제를 계속해야 한다. 겨울축제는 추워야 제맛이지 않나”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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