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원 “청산 명령 적절”
헝다, 中 부동산 위기 촉발

2021년 9월 24일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에서 헝다 그룹 본사 로고. (출처: 뉴시스)
2021년 9월 24일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에서 헝다 그룹 본사 로고.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홍콩 법원이 29일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 에버그란데)에 대해 청산 명령을 내렸다.

이날 홍콩 고등법원은 헝다를 청산해달라는 채권자들의 청원을 받아들였다. 판사 린다 찬은 이날 “회사 측에서 실행 가능한 구조조정 제안을 제시하는 데 있어 명백한 진전이 없다”며 회사의 파산 상태를 이유로 회사의 청산을 명령했다.

이는 중국의 부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으로, 홍콩 법원이 청산을 명령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헝다는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로, 3000억 달러(약 443조원)가 넘는 부채를 신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명령이 이미 취약한 중국 자본 및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헝다는 2021년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고 작년 3월 역외 부채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헝다의 채권단이 지난 주말 11시간 동안 구조조정을 위한 합의에 실패했으며 이는 헝다의 청산이 임박했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법원 명령 직후 헝다의 주식은 장 초반에 20% 이상 급락한 후 거래가 중단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청산 명령 후엔 임시 청산인과 공신 청산인이 임명돼 개발업체의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상환할 준비를 하게 된다.

청산인은 헝다의 자산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거나 백기사 투자자가 나타나면 해외 채권자들에게 새로운 부채 구조조정 계획을 제안할 수 있다. 또한 회사 업무를 조사하고 이사들의 위법 행위가 의심되는 경우 홍콩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헝다는 청산 명령에 대해 항소할 수 있지만 항소할 때까지 청산 절차가 진행된다.

청산 절차가 진행되면 채권자들은 얼마나 많은 부채를 해소할 수 있을까. 헝다는 지난 7월 법원 심리에서 딜로이트의 분석을 인용해 자사가 청산될 경우 회수율 3.4%로 추정했다.

그러나 지난 9월 헝다가 주력 사업부와 회장인 후이카얀이 불특정 범죄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힌 후 채권자들은 현재 회수율이 3%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헝다의 자산 대부분은 채권단에 의해 매각되거나 압류됐으며 홍콩에 상장된 에버그란데 프로퍼티 서비스 그룹과 에버그란데 신에너지 자동차 그룹 두 곳만 남았다. 지난 26일 기준 두 회사의 총 시가총액은 9억 7300만 달러로 추락했다.

파산 전문가들은 헝다가 위치한 광저우가 홍콩과 청산 명령을 상호 인정하는 중국 3개 도시 중 하나가 아니므로 청산인이 대표자를 변경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게리 응 분석가는 통신에 “이는 끝이 아니라 장기적인 청산 과정의 시작이며, 헝다의 일상적인 운영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헝다 자산 대부분이 중국 본토에 있어 채권단이 자산을 압류할 수 있는 방법과 역외 채권자의 상환 순위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으며, 주주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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