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지전문대 겸임교수 법학박사 이문성
(전)명지전문대 겸임교수 법학박사 이문성

대한민국이 분노사회로 치닫고 있다. 야당대표와 여당 유력정치인 테러사건이 연이으면서 ‘분노’를 넘어선 증오와 폭력이 어디까지 퍼져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사건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사회에 내재된 갈등과 분열요인을 파악할 수 없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뇌에는 거울신경(Mirror Neuron)이 있다. 이 신경세포는 타인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자신이 행동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다. 거울신경 덕분에 국제축구대회 생중계를 보며 자신의 일처럼 흥분하고 환호하는 등 실제로 축구를 하는 것처럼 여기게 된다.

전혀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불행에서 자신에 대한 위기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되며, 단순한 어느 개인의 우연적 사건이 아닌 우리 모두가 대처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에도 거울신경이 기여한다.

문제는 거울신경이 누군가의 분노와 증오조차도 전달하여 파급시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다행히도 우리 뇌는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다.

뇌는 크게 뇌간과 변연계, 대뇌피질로 구분되는데 뇌간은 호흡 등 생물학적인 신체의 기능을 관장하며 변연계는 감정, 욕구 등과 관련되어 있고, 대뇌피질은 복잡한 이성의 영역을 담당한다고 보고 있다.

과학계의 설명에 따르면 분노와 증오는 변연계에서 맡고 있으나, 대뇌피질이 이성영역을 관장하고 있어서 이성적인 판단과 내적인 대화 등으로 감정적인 분노와 증오를 억누르고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고 행동할지는 뇌의 대뇌피질이 아니라 변연계에서 맡고 있다. 심리학자의 임상사례를 보면 변연계 영역을 사고로 다친 환자의 경우에는 이성적 사고 과정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고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자신이 해야 할 선택, 심지어 점심메뉴 선택조차도 적절하게 하지 못하는 이른바 ‘선택장애’에 이른다고 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영어단어가 2,600종이고 한국어의 경우에도 434종에 이를 만큼 감정의 영역은 매우 복잡하다고 다양하다.

이러한 감정에 대한 조절능력과 훈련은 인간의 어느 생애주기에서나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육체활동을 대체할 수 있는 첨단기술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뇌는 갈수록 수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사냥을 해야 하고, 맹수의 위험을 피해야 하며, 길을 잃으면 목숨조차 부지하기 어려웠던 후기 구석기인보다 스마트폰의 이점을 한껏 누리고 있는 현대인의 뇌 용량은 어린아이 주먹 크기만큼 줄어들어 있다.

앞으로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자극적 영상과 표현이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을 통해 피동적으로 뇌에 주입되고 그에 따른 감정과 기억이 인간의 변연계에 고스란히 스며들게 되면 대뇌피질과의 내면적 대화 기회의 감소로 인해 주체적인 결정 능력의 퇴화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자극적 영상에는 정치 분야도 한몫한다. 총선을 앞둔 진영 간에 주고받은 폭언과 선전, 선동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심지어 대선 기간에는 상대후보의 배우자를 비방하는 욕설 같은 표현을 종로구 한복판에 위치한 어느 서점의 외벽에 표현하더니 이를 두고 ‘벽화’라며 옹호하기까지 했다.

대선이 끝난 뒤에 범야권이 이에 대한 공식적·비공식적 사과가 있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여당에 대해 자신을 파트너로서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며 비난한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한낱 재래시장터에도 동종업종간에는 아무리 경쟁이 심하더라도 기본적 상권을 붕괴시키지 않기 위해 극단적 대결을 피하기 위한 상도덕이 있다고 하지만, 정치계는 업종 종사자간에 최소한의 상도덕도 없나 싶다.

그야말로 상대방을 협력적 파트너가 아닌 죽여없애야 할 적에 불과하다는 듯이 증오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발언은 책임감 없는 일부 유튜버를 통해 전파되면서 정치뉴스를 소비하는 대중의 긴장과 갈등을 증폭시켜 왔다.

정치인 테러는 있어서는 안될 사회적 범죄라는 점에서 경종을 울려야 하지만, 단순히 가해자 처벌과 응징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자성적으로 반성하며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조선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의 광화(光化)는 계몽(enlightment)이라는 의미로 올바른 덕을 사방에 미치도록 만들고자 하는 조선 건국의 이념을 담고 있다.

더 이상 정치가 국민을 갈라서게 하고, 떠나게 하며, 유대의 끈을 끊어버리지 않도록 ‘정치언어’의 절제와 품위 그리고 품격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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