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현배 

옛날 어느 나라에 ‘수톤’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하루는 왕비가 왕에게 말했다.

“전하, 사슴 고기가 먹고 싶습니다. 사슴을 잡아 주십시오.”

“알겠소. 당장 사슴을 잡아 오리다.”

왕은 활 잘 쏘기로 유명한 사냥꾼을 불러 산에 가서 사슴을 잡아 오라고 명했다. 사냥꾼은 왕의 명을 받들어 곧장 산으로 올라갔다. 산에는 사슴이 잘 다니는 길목이 있었다. 사냥꾼은 그 길목을 지키고 앉아 사슴을 기다렸다. 사냥꾼이 숨어 있는 곳에서는 골짜기가 내려다보였다. 골짜기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냥꾼은 골짜기에 눈을 주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날개옷을 입은 일곱 명의 여자가 하늘에서 날아와 골짜기에 사뿐히 내려앉는 것이다. 이들은 골짜기로 목욕하러 온 하늘나라의 공주들이었다.

공주들은 날개옷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이들 가운데 막내 공주인 츰바카 비루가 가장 예뻤다. 사냥꾼은 츰바카 비루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아,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보기는 난생처음이야. 전하께 바치면 큰 상을 내리시겠지.’

사냥꾼은 골짜기 아래로 살금살금 내려갔다. 골짜기 바위에는 공주들이 벗어 놓은 날개옷이 흩어져 있었다. 사냥꾼은 그중에서 막내 공주의 날개옷을 집어 들어 풀밭 속에 감추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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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공주들이 물에서 나왔다. 그들은 날개옷을 입고 하나 둘 하늘로 올라갔다. 홀로 남은 것은 츰바카 비루 공주였다. 공주는 날개옷이 없어 하늘로 올라갈 수 없었다.

‘아, 어쩌면 좋아. 날개옷이 어디 갔지?’

공주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때 사냥꾼이 공주 앞에 나타났다. 사냥꾼은 말없이 능글능글 웃기만 했다. 공주는 이 사람이 날개옷을 감췄다는 것을 알고 사냥꾼에게 매달렸다.

“제 옷을 가져가셨죠? 제발 저에게 돌려주세요, 네?”

그러나 사냥꾼은 콧방귀를 뀌었다.

“흥, 어림없는 소리!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사냥꾼은 공주를 위협해 궁전으로 데리고 갔다.

수톤 왕은 공주를 보고 얼이 빠졌다. 공주의 아름다움에 홀딱 반해 버린 것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공주를 둘째 왕비로 삼았다.

사냥꾼은 왕에게 공주의 날개옷을 바치며 말했다.

“전하, 이 날개옷을 잘 간수하십시오. 둘째 왕비님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감춰 두시기를 바랍니다. 그러지 않으면 둘째 왕비님이 이 날개옷을 입고 하늘나라로 돌아가실 것입니다.”

왕은 사냥꾼의 충고를 받아들여 날개옷을 철제 금고 안에 꼭꼭 숨겨 두었다.

사냥꾼에게 큰 상을 내린 왕은 공주에게 푹 빠져 날마다 공주의 방에서 지냈다. 왕비의 방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왕비는 질투심에 몸이 달았다. 수톤 왕의 사랑을 받는 공주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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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왕비는 친정아버지를 만나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제게 생각이 있으니, 왕비 마마께서는 제가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

친정아버지가 귓속말로 뭐라고 소곤거리자, 왕비의 얼굴이 비로소 밝아졌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네요. 오늘 밤 당장 그렇게 하세요.”

그날 밤, 수톤 왕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공주의 방에서 잠들어 있었다. 왕은 희한한 꿈을 꾸었다. 하얀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도사가 꿈속에 나타나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왕이시여, 둘째 왕비인 츰바카 비루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면 바로 길을 떠나 하얀 코끼리를 잡아 오시오. 하얀 코끼리의 검은 상아를 뽑으면 그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오.”

잠에서 깨어난 왕은 도사의 충고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공주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왕은 하얀 코끼리의 검은 상아를 얻기 위해 아침 일찍 궁전을 떠났다.

왕의 꿈에 나타난 도사는 왕비의 친정아버지였다. 이 사람이야말로 도술에 능한 진짜 도사였다.

왕비는 친정아버지가 시킨 대로 철제 금고를 열어 날개옷을 꺼냈다. 그러고는 날개옷을 들고 공주를 찾아갔다.

“이 옷을 입고 춤을 춰 봐요.”

왕비가 공주에게 날개옷을 준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공주가 날개옷을 입으면 하늘나라로 훨훨 날아가 버릴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공주는 날개옷을 입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궁전 안에서 덩실덩실 추다가 궁전 밖으로 나왔다. 궁전을 한참 벗어나 벌판에 이르렀다. 그러고는 벌판에 내려서서 왕을 기다렸다.

벌판 저만치에 말을 탄 왕이 달려오고 있었다. 하얀 코끼리의 검은 상아를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왕은 공주를 보자 반갑게 소리쳤다.

“오, 여기까지 나를 마중 나오셨구려.”

왕은 말에서 내려 공주의 손을 덥석 잡았다.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왔어요. 저는 지금 하늘나라로 돌아갑니다.”

공주가 작별 인사를 하자 왕은 깜짝 놀랐다.

“그게 무슨 말이오? 당신이 떠나면 나는 어떻게 살라고…. 함께 하늘나라로 갑시다. 나도 하늘나라에서 당신과 같이 살고 싶소.”

왕이 날개옷을 붙잡고 늘어지자 공주는 한숨을 쉬었다. 왕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그럼 뒤따라오세요. 제가 반지를 드릴게요. 이 반지를 끼고 하늘나라로 오세요. 도중에 위험에 처하면 반지를 내보이며 제 이름을 소리 높여 부르세요. 그러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전하, 하늘나라에서 만나요.”

공주는 왕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훨훨 날아올랐다.

궁전으로 돌아온 왕은 궁정에서의 생활이 지옥 같았다. 공주가 곁에 없으니 하루가 백 년 같았다. 외롭고 쓸쓸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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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못 참겠다. 이러다가 병나겠어. 빨리 하늘나라로 가자.’

왕은 몰래 궁전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높은 바위산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가파른 벼랑에 매달려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발만 조금 미끄러지면 천 길 만 길 까마득하게 높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판이었다.

벼랑에는 바위 문이 붙어 있었다. 왕은 손가락에 낀 반지를 바라보며 “츰바카 비루!” 하고 외쳤다. 그러자 바위 문이 활짝 열렸다. 그 안은 깊고 넓은 동굴이었다. 왕은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동굴 속을 한참 걸으니 산꼭대기에 다다랐다.

산꼭대기에는 바윗돌만한 독수리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독수리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수톤 왕을 쏘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사람처럼 말을 하는 독수리였다.

“제 발로 먹이가 찾아왔구나. 배고프던 참인데 잘 됐다.”

독수리는 입맛을 쩍쩍 다시며 왕에게 다가갔다. 왕은 겁을 집어먹고 뒷걸음질쳤다.

‘도중에 위험에 처하면 반지를 내보이며 제 이름을 소리 높여 부르세요.’

왕은 공주의 말이 떠올라 그대로 따라했다. 그랬더니 독수리가 갑자기 양처럼 순해지는 것이었다.

“제 등에 올라타시지요. 하늘나라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독수리는 왕을 등에 태운 채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왕은 독수리 덕분에 하늘나라까지 편히 갈 수 있었다.

독수리와 헤어진 뒤 왕은 노인으로 변장했다. 그리고 궁전 주위를 맴돌았다. 왕은 물동이를 머리에 인 시녀들을 보았다. 시녀들은 공주의 목욕물을 떠 오는 길이었다.

왕은 잽싸게 나무를 기어올랐다. 나뭇가지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시녀들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왕은 손가락에 낀 반지를 빼어 물동이에 떨어뜨렸다.

잠시 뒤, 공주는 목욕하다가 낯익은 반지를 발견했다. 수톤 왕이 끼고 있던 반지였다.

‘아, 전하께서 드디어 오셨구나.’

공주는 가슴이 설레었다. 사랑하는 왕을 하루바삐 보고 싶었다. 그래서 수톤 왕을 찾기 위해 사방으로 수소문해 보았다. 그러나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주는 애가 탔다. 보고 싶은 수톤 왕을 만나지 못하자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공주가 몸져눕자 옥황상제는 이름난 의원들을 궁전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공주의 병을 고치는 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다. 좋다는 약도 전부 구해 써 보았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옥황상제는 근심에 잠겼다. 귀여운 막내딸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태산 같았다.

하늘나라에는 츰바카 비루 공주가 중한 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졌다. 이 소문을 들은 수톤 왕은 궁전으로 옥황상제를 찾아갔다.

“자네가 내 딸의 병을 고칠 수 있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한번 믿고 맡겨 주십시오.”

옥황상제는 수톤 왕을 공주에게 데려다주었다. 그러자 공주의 병은 씻은 듯이 나았다. 그제야 수톤 왕은 옥황상제에게 공주와 어떤 사이인지 털어놓고 이렇게 애원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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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황상제님, 저는 이제 츰바카 비루 공주와 단 하루도 떨어져 살 수 없습니다. 공주와 함께 지상으로 내려가게 해 주십시오.”

옥황상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아직 자네가 내 사윗감이 되는지 시험해 보지 않았다. 나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자네는 소원을 이루게 될 것이다.”

옥황상제는 나무로 우거진 숲을 손가락질했다.

“저 숲을 평지로 만들어라.”

수톤 왕은 첫 번째 시험 문제를 받고 눈을 감았다. 조상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조상들에게 도와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수톤 왕의 조상들은 수톤 왕의 기도 소리를 듣고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래서 수톤 왕을 돕기 위해 코끼리 떼를 하늘나라로 보냈다.

코끼리들은 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나 숲에 있는 나무들을 모조리 뽑아 버렸다. 숲은 금세 평지로 변해 버렸다. 수톤 왕이 옥황상제에게 말했다.

“자, 어떻습니까? 이제 시험에 합격했죠?”

“아직 멀었다. 두 번째 시험 문제다. 나무들을 전부 불에 태워 없애라.”

수톤 왕은 또다시 눈을 감고 조상들에게 기도했다. 조상들은 새 떼를 하늘나라로 보냈다. 주둥이에서 불을 뿜는 무서운 새들이었다. 나무들은 금방 재로 변해 버렸다.

옥황상제는 세 번째 시험 문제를 내려고 시종들에게 지시했다.

“씨앗을 항아리에 담아 가져오너라.”

시종이 씨앗이 가득 담긴 항아리를 짊어지고 왔다.

“땅바닥에 씨앗을 쏟아부어라.”

시종은 옥황상제가 시키는 대로 했다.

이윽고 옥황상제가 수톤 왕에게 명령했다.

“땅바닥에 쏟아부은 씨앗들을 주워 항아리에 담아라.”

옥황상제의 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수톤 왕은 기도했다. 조상들은 바로 극락조를 하늘나라로 보내 주었다. 극락조는 부리와 꽁지가 길고 몸 빛깔이 화려했다. 땅바닥에 쏟아진 씨앗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항아리에 담았다.

세 번째 시험 문제도 어렵지 않게 풀자 옥황상제는 놀라는 얼굴빛이었다.

“흠, 제법이구나. 마지막으로 한 문제만 더 내겠다. 나를 따라오너라.”

옥황상제는 수톤 왕을 어느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 집에는 널찍한 방 일곱 개가 있었다. 옥황상제는 그 방들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나의 사랑하는 딸 일곱이 방을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있다. 각자 문틈으로 손가락 하나를 내밀 것이다. 그러면 자네는 내 막내딸의 손가락을 찾아내라.”

옥황상제가 신호를 보내자 문틈마다 손가락이 튀어나왔다. 맨눈으로 봐서는 어느 손가락이 츰바카 비루 공주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수톤 왕은 잠시 기도했다. 그의 기도를 들은 조상들은 파리 한 마리를 하늘나라로 보내 주었다. 파리는 이 방 저 방 기웃거리더니 마침내 츰바카 비루 공주의 손가락에 사뿐히 앉았다. 수톤 왕은 그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막내 공주의 손가락이 있군요.”

“굉장하군. 그 정도 재주라면 내 사윗감으로 충분해. 아주 훌륭한 배필이야.”

옥황상제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수톤 왕을 칭찬했다. 수톤 왕과 츰바카 비루 공주는 너무너무 기뻤다. 둘이서 평생 함께 살게 되었으니 정말 꿈만 같았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하늘나라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하늘나라 백성들은 두 사람의 장래를 축복해 주었다.

그 뒤 수톤 왕과 츰바카 비루 공주는 지상으로 내려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신화 이야기 해설>

수톤 왕은 정말 멋진 조상들을 두었다. 코끼리 떼, 새 떼, 극락조, 파리를 하늘나라로 보내 준 덕분에 옥황상제의 어려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다. 조상들이 수톤 왕을 도운 것은 수톤 왕이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등 조상을 극진히 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조상을 잘 모셔야 복을 받는다고 믿었다.

말레이시아에는 유령이나 귀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의 여러 도시에 가 보면 으리으리한 빌딩 숲에 지금도 귀신을 모시는 사당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유령이나 귀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믿기 어려운 미신도 많이 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수톤 왕은 꿈속에서 도사가 나타나 “둘째 왕비인 츰바카 비루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면 바로 길을 떠나 하얀 코끼리를 잡아 오시오. 하얀 코끼리의 검은 상아를 뽑으면 그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오.”라고 말하자, 하얀 코끼리의 검은 상아를 얻으려고 궁전을 떠난다. 따라서 수톤 왕이야말로 미신을 좋아하는 말레이시아 사람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는 이런 미신들이 있다. ‘처녀가 부엌에서 노래를 부르면 노총각과 결혼하게 된다. 부엌에서 물건을 세 번이나 떨어뜨리면 그 물건은 귀신이 원하는 것이니 물건을 집지 말고 바닥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 아기를 낳다가 죽은 여자는 끔찍한 괴수로 변하여 남자들에게 복수하러 다닌다…’.

이번 이야기에서 옥황상제는 일곱 개의 방에 딸 일곱을 들여보내고 각자 문틈으로 손가락 하나를 내밀게 해 수톤 왕에게 츰바카 비루 공주의 손가락을 찾아내는 문제를 낸다. 말레이시아에는 손가락에 대해서도 이런 미신이 있다. 손가락으로 무지개를 가리키면 손가락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음식을 손가락으로 집어 먹는다고 한다. 그만큼 중요한 손가락이니 아무거나 함부로 가리키지 말라고 그런 말이 나온 게 아닐까?

말레이시아의 전통 음식은 손가락으로 먹게 되어 있다. 그런데 아무 손가락이나 안 되고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와 중지, 이렇게 세 손가락만 쓰게 되어 있다. 따라서 다른 손가락에는 절대로 음식을 묻히면 안 된다. 왼손은 아예 사용할 수 없다. 만약에 이를 어기면 어린애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이번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앞부분이 우리나라 옛이야기인 <나무꾼과 선녀>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날개옷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감춰 두는 것도 그렇고 나중에 날개옷을 입고 하늘나라로 돌아간 여자를 좇아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것도 그렇다. 다른 점이라면 말레이시아 옛이야기에는 사슴 대신 사슴·사냥꾼이 나오고, 하늘나라로 두레박 대신 독수리를 타고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옛이야기에는 나무꾼이 어머니가 그리워 용마를 타고 땅으로 내려왔다가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데, 말레이시아 옛이야기에는 하늘나라에서 옥황상제가 낸 문제들을 풀어 공주와 행복하게 살게 된다.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는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 원래는 몽골 등 북방 민족 사이에서 시작되어 중국으로 전해져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 우리나라만 해도 연못, 강, 늪 등 무대를 달리하여 27가지의 다른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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