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만원∼1억원씩 배상판결
강제동원 피해자 잇단 승소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군수기업 후지코시 상대 손배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친 뒤 피해자 김정주(앞줄 왼쪽부터), 김계순, 이자순 할머니와 유족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대법원이 이날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해 후지코시는 피해자 1인당 8천만원∼1억원씩 총 2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출처: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군수기업 후지코시 상대 손배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친 뒤 피해자 김정주(앞줄 왼쪽부터), 김계순, 이자순 할머니와 유족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대법원이 이날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해 후지코시는 피해자 1인당 8천만원∼1억원씩 총 2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일제강점기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 공장에 강제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해당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3건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25일 각각 확정했다.

판결 확정에 따라 후지코시는 피해자 1인당 8천만원∼1억원씩 총 2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소송을 낸 원고는 41명, 그중 직접 피해를 당한 이는 23명이다. 피해자 중 현재 8명만 생존해 있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1944년∼1945년 후지코시가 운영한 도야마 공장에 동원돼 강제노동한 여자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유족이다. 대부분 협박이나 강요 또는 교사의 집요한 설득으로 동원됐다.

이들은 강제 동원으로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후지코시를 상대로 2013년에 1건, 2015년 2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처음 인정한 이후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제기한 일련의 ‘2차 소송’ 중 일부이다.

3건의 소송 모두 1·2심 재판부가 후지코시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고 1인당 8천만원∼1억원씩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하지만 후지코시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이 사라졌고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하며 판결에 불복했다.

이후 사건은 5년여간 대법원에 계류돼 있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최종 승소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지는 피해자들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으므로, 청구권이 시간이 지나 소멸했다는 일본 기업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1일 다른 피해자들이 낸 유사한 소송에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뒤로 연달아 같은 판결을 내리고 있다. 다만 일본 기업들과 정부가 여전히 배상을 거부하고 있어 유족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에 우리 정부는 ‘제3자 변제’ 방식에 따라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을 통해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이 하급심 법원에 담보 성격으로 공탁한 돈을 받겠다며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날 상고이유 중 외국재판 승인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일부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확정됐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일본 판결을 승인해 그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강제노동의 경위와 관련한 상고이유에 대해서도 “원심 판단에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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