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점령 끝내야”
강경우파 정부 두 국가 반대
“두 국가 거부는 평화 위협”
아랍 5개국 “치안·재건 협조”

[천지일보=방은 기자]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해결책으로 ‘2국가 체제’ 방안을 연일 내세우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해결안은 ‘2국가 해법’이 유일하다며 이를 거부하는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나섰다.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의 5개 아랍 국가도 이스라엘에 제안할 ‘2국가 해법’ 중재안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A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각료회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하는 것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점령은 끝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어 “팔레스타인 국민이 자신의 완전한 독립 국가를 건설할 권리는 모두가 인정해야 하며, 어떤 당사자도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하는 것은 단호히 거부돼야 한다”고 말했다.

‘2국가 해법’은 1993년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체결한 오슬로협정을 통해 처음 공식 인정된 방안으로 양측이 각각 독자적 정부를 세우고 국가 대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두 국가 해법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미국은 전후 가자지구 통치 문제와 맞물려 그동안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고 협력해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 ‘2국가 해법’은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은 물론, 서방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첨예하게 맞서는 중국, 러시아 등 반서방 진영을 포함해도 뜻이 일치한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강경 우파 정부는 전후 가자지구 문제에 관해 맹방인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서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덮고 있는 요르단강 서쪽 모든 땅에 대한 안보통제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1967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 동예루살렘, 가자지구에 국가를 세우기를 원하고 있다.

이날 구테흐스 총장은 연설에서 또한 “가자지구 전체 인구는 최근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와 속도로 파괴당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집단적 처벌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해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길라드 에르단 이스라엘 유엔 대사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잔혹하게 공격한 하마스가 다시 공격해 이스라엘을 파괴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전투를 중단하면 무장 세력이 재집결하고 재무장할 수 있을 뿐”이라며 휴전을 재차 거부했다.

이에 구테흐스 총장은 레바논, 예멘, 시리아, 이라크, 파키스탄을 지목하며 분쟁의 지역적 확대 위험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모든 당사자들이 “벼랑 끝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더 광범위한 전쟁의 끔찍한 대가를 심각하게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회의는 가자지구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해 유엔 회원국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의장국인 프랑스의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 주재로 안보리 이사국 외 비이사국 20여개국이 참여하는 공개토의 방식으로 열렸다.

전날에도 중동 지역의 5개 아랍 국가는 포로 석방을 대가로 한 종전안과 별도로 이스라엘에 제안할 ‘2국가 해법’ 중재안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들은 향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제거됐을 경우 가자지구의 재건이나 치안 관리에 대한 책임을 아랍 국가들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랍 국가들은 직접 병력을 파견하지는 않더라도 팔레스타인 경찰 훈련을 주도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치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관여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사우디와 이집트는 조만간 최종 중재안을 완성해 이스라엘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우디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부터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립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2국가 체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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