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전 평택대 중국학부 교수)

중국인의 특징을 논할 때 “현실적이고 이중적이고 보수적이다”라고 얘기 한다. 이 세 가지로 중국인의 모든 특징을 압축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관계전문가 사이에 이견(異見)은 크게 없어 보인다. 그 중에서도 중국인의 현실지향성을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인들은 확실하고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면 깊이 있게 논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잘 아는 ‘논어’ 자체도 전반적으로 읽어보면 인간이 현실적인 세상을 살아가며 갖추어야 할 개인적, 사회적, 정치적 덕목들이 설명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논어가 주는 교훈은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인의 현실성은 종교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본래 종교라는 것이 다차원적인 정신세계를 통섭(統攝)하는 자아 완선(完善)의 개념체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절대정신의 비이성 신앙 체계를 이와 동시에 유지 운용하고 있어서 정신을 주로 다루는 다른 여타의 학문이나 생활의 영역과 철저히 구별된다. 중국은 국가가 본래 비종교적 특징을 갖고 있다. 아울러 중국인의 현실주의적 지향성으로 종교성향이 낮은 국가이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중국에서 종교는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물질만이 인정되는 마르크스 레닌의 유물론적 세계관이 전부이며 그 외의 것들은 부정된다. 중국 공산당에 입당은 무신론자만이 가능하다. 종교는 봉건적 잔재이며 인민의 아편이고 미신이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것들은 중국을 비종교적 특징을 가진 국가로 세계에 인식시키고 있다. 국가 자체가 위와 같은 특징을 가지니, 중국인들도 전통적인 중국 문화의 주류인 유가사상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아 내세(來世)보다는 현세(現世)를 중시한다. 오히려 현실에서의 기복(祈福)성이 강하다.

중국이나 대만의 사찰을 가보면 놀랄 만한 일이 있다. 부처님을 모셔야 할 자리에 공자, 노자, 그리고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도 있다. 이것도 현실적이며 기복적인데, “부처님 한 사람한테만 비느니 위 세 사람한테 빌면 더 좋지 않겠느냐”라는 것이 중국인의 생각인 것이다. 중국인의 종교적인 관심은 철학이나 수도적인 생활보다 세속적인 기복 경향이 강하다. 기복적 경향은 미신적 양상으로까지 구현되고 있다. 우리가 들어 본 근·현대 인물까지 신적인 영역에 등장한다. 모택동, 주은래, 등소평까지도 신이 되어 중국인들 사이에 추앙된다. 많은 업적과 공덕을 쌓은 인물들이기에 사후에도 신이 되어 지켜준다고 믿는다. 북경시내 가보면 택시에 그들의 사진이 모셔져 있으며, 그들에게 무사안녕을 비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내세보다는 현세를 기본적으로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서양에서 종교를 통해 영생의 길을 찾는 일반적인 모습과 확연히 구분된다. 인간이 종교를 통해 영원히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영생이라는 것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인간이면 누구든 원하는 것이다. “위대한 일을 성취해 이름을 남기는 것이 영원히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며, 이것이 안 된다면 훌륭한 저서를 남기는 것이 그 다음 선택이다”라는 중국인 유교문화지향적인 정신세계는 영생이라는 것도 이름을 후세에 남기는 것이 유일하며 그것이 안 되면 차선책으로 저서를 남기는 것 이라고 믿고 있다. 중국인에게 영생은 종교에 귀의해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될 때 보장된다는 것이다.

중국인은 5000년이라는 오랜 역사에서 축적된 문화지향적인 정신구조를 갖고 있다. 문화가 종교를 압도한다. 역사와 문화의 구조적이고 봉건적이며 전제적인 환경적 제약 속에서 중국인의 종교적인 표현과 열망은 주류사상인 유가사상을 중심으로 명분과 보이는 현실만을 중요히 여기는 대륙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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