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공항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한 직원들이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팀원들을 안내하고 있다. WHO는 코로나19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2021년 1~2월 중국 우한 현지 조사에 나섰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출처: 뉴시스)
2021년 1월 1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공항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한 직원들이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팀원들을 안내하고 있다. WHO는 코로나19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2021년 1~2월 중국 우한 현지 조사에 나섰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를 공식 발표하기 최소 2주 전 이미 이 질병을 유발하는 SARS-CoV-2 바이러스의 존재를 인지했었고, 유전자 분석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코로나19 은폐로 인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에 제출된 이 같은 내용의 미국 정부 문건을 보도했다. 해당 위원회는 코로나19의 기원과 관련한 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베이징 과학자들은 지난 2019년 12월 28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분석 자료를 이미 연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의 존재를 처음 알린 날짜는 2020년 1월 11일이었다.

미국 문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이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마치고도 최소 2주 후에야 WHO와 정보를 공유한 것이다. 당시에는 코로나19 발병지로 알려진 우한의 화난 해산물도매시장을 폐쇄하지도 않았던 상태였다.

심지어 중국 전문가들은 2020년 1월 3일 베이징에서 WHO 관계자들과 만났을 때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당시 ‘원인 불명의 폐렴’의 원인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WHO 또는 외부에 알리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중국 의학과학원 산하 세균연구소 소속인 런리리 박사는 이번 문건에 대해 논평을 요청하는 WSJ 이메일에 답하지 않았다.

린 박사는 과거에도 코로나19과 관련한 글을 쓴 적이 있다. 2020년 5월 과학 출판물인 중국 의학 저널에 실린 기사에서 그와 동료들은 2019년 12월 18일부터 12월 29일 사이 우한의 한 병원에서 5명의 환자로부터 샘플을 채취한 방법을 묘사했다.

염기서열 분석 결과 “인간에게 심각하고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과 연관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 정보는 또한 2020년 1월 5일 중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는 공유됐으나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애틀랜타 CDC는 전했다.

런 박사는 자신이 등록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분석 정보를 2020년 1월 16일에 삭제했다. 런 박사가 등록했던 정보는 이후 중국 당국이 발표한 염기서열 분석 정보와 사실상 동일하다고 미 보건부는 밝혔다. 런 박사가 등록한 정보를 삭제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제 의료계가 코로나19의 확산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의료 방어를 구축하며 궁극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데 있어 ‘2주’라는 시간이 결정적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리처드 에브라이트 럿거스 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정보가 2주 전에 공개됐다면 발병 초기 단계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특히 더 효과적인 검사 요법을 시행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애틀에 있는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의 제시 블룸은 “염기서열을 즉시 공개했더라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몇 주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깃허브 플랫폼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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