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전년 대비 상승률 10%
금융위기 후 14년 만에 최대
발효유·치즈·빙과류도 기록적
소비자 단체는 가격인하 촉구
올해도 가격 인상 가능성 있어

고객이 GS더프레시에서 1974 우유를 비롯한 리얼프라이스 상품을 고르고 있다. (제공: GS리테일)
고객이 GS더프레시에서 1974 우유를 비롯한 리얼프라이스 상품을 고르고 있다. (제공: GS리테일)

[천지일보=황해연·최혜인 기자] 우유와 유제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우유 원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유업체들이 이를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렸기 때문이다. 우유 가격이 오른 뒤엔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관련 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으로 전년 대비 9.9% 상승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과 비교해도 3배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상승률은 19.1%였다.

발효유(12.5%), 치즈(19.5%), 아이스크림(10.8%) 등 유제품도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치즈와 아이스크림의 경우 15년 만의 최고치다. 발효유 물가 상승률도 12.5%로 1981년 이후 4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우유·유제품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원유 가격 인상이다. 최근 원유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우유·치즈·버터 등의 유제품뿐만 아니라 커피·제빵·제과 등 2차 가공식품 등 전반적인 식품의 가격도 줄줄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실제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지난해 10월부터 흰 우유와 발효유 등 신선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의 가격을 ℓ당 88원 올리기로 했다. 지난 2013년 원유 가격연동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도 같은 해 11월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열고 낙농가·유업체들과 원유 기본가격을 ℓ당 996원으로 전년 대비 49원 인상하기로 했다.

[천지일보 세종=이진희 기자] 한 대형 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천지일보 2021.11.17
[천지일보 세종=이진희 기자] 한 대형 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천지일보 2021.11.17

이러한 원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유업체들이 흰 우유와 유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린 것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동원F&B 등 주요 유업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흰 우유와 치즈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3% 이상 올렸으며, 롯데웰푸드·빙그레·해태 등도 아이스크림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밀크플레이션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소비자단체들은 업체들이 원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과도하고 부당하게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렸다며 가격 인하를 요구해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앞서 “원유 상승률의 최대 4배가 넘는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단행할 필요가 없다”며 “원유 가격 상승 폭보다 과도하게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한 결정을 철회하고 오히려 가격을 인하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올해 원유 가격도 시장 상황에 따라 올라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통상 원유 가격은 국제 곡물 가격과 연동돼 있어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 원유 가격도 함께 오르는데, 지난해 국제 곡물 가격은 세계적인 식량 수요 증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급등했다. 생산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사료 가격이다. 최근 러-우 전쟁에 더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중심으로 ‘중동 화약고’에 불이 붙은 데다 한반도 등 전 세계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어 올해의 변동성은 오히려 예년보다 큰 상황으로 평가된다.

다만 낙농업은 지난해와 같은 큰 폭의 원유 물가 상승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낙농진흥회는 통계청의 원유 생산비를 보고 변동 폭이 ±4% 이상이면 그해 원유 가격을 조정하는데, 올핸 생산비 변동 폭이 그 이내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오는 5월 말경 원유 생산비를 발표할 예정이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군 미사일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의 곡물 창고 모습. (제공: 우크라이나 오데사주) ⓒ천지일보 2023.07.23.
21일(현지시간) 러시아군 미사일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의 곡물 창고 모습. (제공: 우크라이나 오데사주) ⓒ천지일보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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