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불안정에 3주 당겨 송환
범죄수익금 추가환수 추진 중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을 일으킨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한 지 1년 4개월 만에 필리핀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과거 건보공단 재정관리팀장으로 재직하면서 46억원에 달하는 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는 최모(46)씨를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 송환했다.
최씨는 지난 2022년 4월 27일부터 7차례에 걸쳐 17개 요양기관의 압류진료비 지급보류액 46억 2천만원을 본인 계좌로 송금하는 방법으로 횡령했다. 이후 횡령한 자금을 가상화폐로 환전해 은닉했다.
경찰은 지난 2022년 9월 건보공단으로부터 고발을 접수한 뒤 수사에 나섰다. 이어 최씨가 필리핀으로 도피한 사실을 파악하고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행했다. 이와 함께 수사관서인 강원청 반부패수사대와 코리안데스크(외국 한인 사건 전담 경찰부서)를 비롯해 경기남부청 인터폴팀과 함께 추적팀을 편성해 활동해왔다.
추적팀은 1년 4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해 최씨가 필리핀 마닐라 고급 리조트에 투숙 중인 것을 확인했다. 이어 지난 9일 5시간 잠복 후 숙소를 급습해 최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당초 최씨의 국내 송환 절차를 완료하는 데 최소 한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씨가 코리안데스크 파견 경찰관과의 면담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경찰은 필리핀 당국과 조기 송환을 위한 교섭을 시도했다.
코리안데스크는 최씨를 안정시키는 한편 조기 송환에 필요한 절차에 협조하도록 설득했다. 이를 통해 예상보다 최소 3주 앞선 시점이자 검거 후 8일 만에 최씨를 국내로 송환하게 됐다.
한편 건보공단은 민사소송으로 계좌 압류·추심 등을 진행해 지난해 횡령액 46억원 중 약 7억 2천만원을 회수했으며, 추후 경찰과 협조해 채권환수 조치 등 횡령액 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씨의 횡령 혐의 외에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 조사하고 계좌 동결 조치를 하는 등 범죄수익금 환수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