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지전문대 겸임교수 법학박사 이문성
(전)명지전문대 겸임교수 법학박사 이문성

도시는 살아 숨 쉬는 유기체와 같다. 도시는 생성되고 성장하며 쇠퇴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도시라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지속가능성 있게 관리되며 콘텐츠로 채워져 가는 그 역동적인 모습의 핵심에는 사람이 있다.

도시의 어느 길거리가 새롭게 번창하여 핫플레이스로 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유동인구의 흐름을 보면 된다.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젊은 남성은 멋있고 세련되며 생명력 넘치는 젊은 여성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젊은 여성이 모여드는 공간에는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속에서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높은 기회를 갖기 위해 또다른 젊은 남성들도 모여들기 마련이다.

여성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남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많은 확률을 고려해서 같은 공간에 또다시 모여든다. 그러한 여성들의 흐름은 유사한 속셈을 가진 남성들의 움직임을 연쇄적으로 유발하여 도시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는 그야말로 뜨거워지게 된다.

도시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즐기고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얼마나 많은 여성과 남성이 공유할 수 있느냐에 있다.

만약 젊은 여성이 부족한 도시라면 도시의 활력은 생겨날 수 있을까.

주요도시의 20대 남성과 여성 인구통계자료에서 서울과 울산광역시만 비교해 보면 서울은 남성 69만명이고, 여성은 70만명인 반면에 울산광역시는 남성 9만명, 여성 6만명 수준에 그친다.

605㎢ 면적인 서울시에 20대 여성이 70만명이지만, 서울시보다 두 배 가까이 넓은 1,057㎢ 면적의 울산광역시에는 20대 여성이 단지 6만명이 있다는 말이 된다. 

울산광역시처럼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어서 20대 남성이 좋은 노동조건과 괜찮은 보수를 받으며 취업해도 20대 여성을 만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평택 이남’에는 반도체 공장을 짓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공장을 건립해도 취업하려는 지원자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대전 이남’으로 말을 바꾸면 지방 도시의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퇴근하고 어둠이 내리면 한적하다 못해 고요하고 쓸쓸한 그 공간에서 20대 남성 취업자가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도시가 생성되고 관리되며 성장하는 과정은 도시 인구의 흐름과 직결된다. 

인구의 흐름이 끊기면 도시의 지속가능성도 멈추게 된다. 20대 여성 인구의 흐름을 탈지방·서울집중에서 지방도시 분산으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20대 여성인구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이유는 단연코 여성친화적인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여성친화적 일자리는 주로 금융, 사회복지, 의료 등 서비스 분야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여성친화적 일자리를 지방도시에 새롭게 창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 등 기존의 남성 친화적 일자리를 젠더 균형 관점에서 여성친화적으로 근무조건, 근무방식, 근무여건 등을 모두 바꿀 수 있다면 너무 지나친 서울 집중 현상을 막고, 지방 도시의 핫플레이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방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여성 노동력의 활용 여부에 있다는 점은 두루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작업 환경 속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자격과 역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근무조건과 노동 방식 개선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고민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여성친화적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보다는 ‘일자리를 여성친화적’으로 바꾸어야 지방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