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선고로 2년 분쟁 종료
이미지 회복·실적 개선 과제
각종 법정 분쟁들 남아 있어
경영 정상화에 시간 걸릴 듯
“임직원과 ‘새 회사’ 만들 것”

불가리스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하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연합뉴스)
불가리스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하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연합뉴스)

[천지일보=황해연·최혜인 기자] 국내 3대 유업체인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이 60년 만에 결국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이 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 운용사(PEF) 한앤컴퍼니 간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1·2심과 마찬가지로 한앤 측 손을 들어주면서다.

대법원 2부는 이날 한앤 측이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간의 가처분 소송들과 하급심 소송들을 포함하면 이번 판결은 남양유업 주식양도에 관한 일곱번째 법원 판결이다. 한앤 측은 관련 소송들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이번 판결은 남양유업 오너 경영의 끝을 의미하는 동시에 전문 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로써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장남인 홍원식 회장은 현재 보유 중인 남양유업 주식을 한앤 측에 매각하고 회사를 떠나야 한다.

반면 경영권 분쟁에서 승소한 한앤 측은 남양유업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지배구조와 이미지 개선, 경영 정상화 등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60년 역사 남양유업의 내리막길

남양유업은 1964년 고(故)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가 회사를 창립한 이래 서울우유에 이어 줄곧 우유업계 2위 자리를 지키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2010년 이후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2013년 대리점 강매 사건이나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사건이 대표적인 논란들이다. 특히 2021년 초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억제한다’라는 허위 광고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고, 결국 홍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4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계약대로 주식을 양도하라며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가운데 이날 오전 한앤코 측 법률대리인 측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01.04.
4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계약대로 주식을 양도하라며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가운데 이날 오전 한앤코 측 법률대리인 측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01.04.

이어 같은 해 5월 홍 회장은 한앤 측과 본인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으나 9월 돌연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한앤 측이 홍 회장 부부의 ‘임원진 예우’ 등의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이에 한앤 측은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했고, 법적 분쟁은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경영 전면 나서는 한앤, 과제는?

통상 기업 인수 후 5년 전후로 투자금 회수를 도모하는 사모펀드의 운용 전략을 감안하면, 남양유업은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경영 효율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앤 측이 인수 초기부터 인력 감축 등 무리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양유업이 보유한 강남구 논현동 신축 사옥과 전국 6개 생산시설 등 부동산 가치만 쳐도 투자금을 크게 웃돌고, 그동안 ‘오너 리스크’로 훼손된 회사 이미지만 회복해도 실적 개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 꼽힌다. 그간 국민들의 구설에 오르면서 추락한 이미지를 개선해야만 실적 회복까지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남양유업의 연 매출은 지난 2020년 11년 만에 1조원 아래로 추락한 데 이어 2022년까지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이 기간 누적 손실액은 19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엔 3분기까지 28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인식하듯 한앤 측은 승소한 직후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측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경영권 분쟁 종결로 남양유업 구성원 모두는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법정 분쟁 불씨 여전

법정 분쟁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뿐 아니라 대유위니아 그룹과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홍 회장은 한앤 측과 계약을 해지한 뒤 대유위니아그룹에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대유위니아 측은 남양유업 인수를 위해 협약을 맺고 계약금으로 320억원을 지급했지만, 이를 돌려받지 못하자 반환 소송을 냈다. 홍 회장이 승소한 1심과는 달리 2심에서는 대유위니아 측의 일부 승소로 결론이 났다.

이외에도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도 남양유업 이사회에 홍 회장의 퇴직금과 보수 지급을 정지하라는 유지청구를 제기한 상황이다.

차파트너스운용은 이날 한앤 측에 “지배주주만이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경영권 변동 시 일반 주주들에게도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에 지분 매도 권리를 부여하자는 명목으로 소수주주 지분에 대한 주당 82만원 공개매수를 촉구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뉴시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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