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좌측)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우측). (출처: 연합뉴스)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좌측)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우측). (출처: 연합뉴스)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미국 안보에 미칠 영향을 조사하겠다는 백악관의 입장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상무장관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낸 기고문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부정적인 기류를 '외국인 혐오증'이라고 규정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내내 장관직을 수행한 그는 기업 철강업체 경영 경험도 있는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다.

일단 그는 백악관이 제기한 국가 안보상 조사 필요성에 대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국가 안보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긴밀한 동맹국의 기업일지라도 외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매수하는 게 국가 안보와 공급망 신뢰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정말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스 전 장관은 미국의 첨단 기술이 외국 업체로 흘러 나갈 경우 국가 안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일본제철의 기술은 이미 US스틸과 동등하거나 앞선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외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불공정하게 경쟁력을 갖추게 된 외국 기업이 미국 기업의 문을 닫게 한다면 역시 국가 안보 문제를 거론할 수 있겠지만, US스틸의 매각은 전혀 다른 사안이라는 것이 로스 전 장관의 주장이다.

로스 전 장관은 "일본제철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를 피하기 위해 어떤 속임수도 동원하지 않은 기업"이라면서 US스틸 인수 대금 141억 달러(약 18조3천억 원)를 '미국에 대한 투자'로 봤다.

특히 그는 일본이 미국의 주요 동맹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일본은 최근 패트리엇 미사일을 미국에 수출하기로 했다"며 "또한 일본은 2022년 미국에 7천억 달러를 투자한 최대 직접 투자국"이라고 강조했다.

로스 전 장관은 연방 의회 일각에서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선거를 앞두고 노조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로스 전 장관은 "미국 정치인들이 외국 정부의 시장 차단 행위를 비판하면서 정작 국내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자는 것은 위선적"이라며 "교역과 안보 파트너로서 미국의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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